현대차·삼성은 순환출자 단절, 한화는 일감몰아주기 해소
재벌개혁 칼날에 꿈쩍 않던 재계도 '변화'…"강제적 개혁 드라이브만으론 얻을 것 없어" 반론도
2018-04-02 19:40:55 2018-04-03 09:46:06
[뉴스토마토 양지윤·김진양 기자] 재계가 다시 재벌개혁의 칼날 앞에 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이 지난달 말로 시한이 종료된 가운데, 꿈쩍 않던 현대차에 이어 삼성까지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다. 한화는 지주사 체제 전환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가 시급하다고 판단, 그룹 내 전산서비스를 독점하던 한화S&C와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화는 지주사 전환 등 일련의 지배구조 개선은 추후 과제로 남겨뒀다. 공정위 내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까지 나선 만큼 자칫 상황 판단을 게을리 했다가는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오는 5월 발표될 자발적 개혁안에는 합병을 통한 총수 일가의 한화S&C 지분율 축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H솔루션과 (주)한화의 합병 등 지주사 체제 전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그룹 고위 관계자는 2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가져온 후유증을 고려, "합병비율 불공정 논란에 휘말릴 일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S&C는 지난해 10월 H솔루션과 한화S&C로 물적분할했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존속법인인 H솔루션 지분 100%를 들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삼성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기정사실화하며 멈춰진 지주사 체제 전환의 가능성을 더했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들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삼성SDI 2.11%(404만2758주), 삼성전기 2.61%(500만주), 삼성화재 1.36%(261만7297주) 등 총 6.08%다. 이날 종가 기준 1조6382억원 규모다. 시작은 삼성SDI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번복해 오는 8월26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정리하라고 통보했다. 당초 공정위는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추가로 확보한 삼성물산 500만주를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했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를 '순환출자 형성'으로 재해석했다. 유예 기간 내에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이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방식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재로 매입하는 방법과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른 삼성 계열사가 매입에 나설 경우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될 수 있고, 기관투자자나 일반 투자자에게 넘길 경우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다만, 현행법상 상장사는 특정 주주로부터 자기주식 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매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통해야 한다. 앞서 2016년 2월 공정위의 최초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 매각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130만5000주(0.7%),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만주(1.1%)를 취득했다.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 공익재단을 편법승계와 관련해 전수조사하고 있는 만큼 공익재단이 또 다시 지분 취득에 나서는 것도 어려울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SDI와 함께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도 삼성물산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세 개 회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면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등 총 7개의 삼성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사라진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삼성SDI의 지분 정리 외에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시기와 방법 모두 미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김 금감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을 금융원장 권한으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계열사의 채권이나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로 소유할 수 있는데, 현행법에서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반면 김 금감원장의 개정안은 시장가격에 따라 평가토록 돼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20조원 이상의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연내에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이 10%를 초과해 금산법 위반 소지도 있어 매각 규모가 최대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총수 일가에 유리하도록 추진한 삼성 계열사 합병과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끈다.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오는 7월쯤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23.3%)를 매입한다. 정 회장 부자는 지분 마련을 위한 자금 4조4000억원(지난달 27일 종가 기준)가량을 계열사 주식을 팔아 충당한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납부할 양도 소득세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김 금감원장의 취임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까지 재벌 저격수 3각 편대가 구축됐다며, 강제적인 개혁 드라이브만으로는 목표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벌그룹 관계자는 "반기업, 반시장 정책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추세"라며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김진양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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