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차기 총재 후보로 다시 낙점되면서 통화정책의 안정적 운영에는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이주열 총재의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소식을 발표했다. 1974년 김성환 전 총재 연임 이후 44년 만의 첫 연임 사례며, 전체 한은 역사상으로는 세번째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과 여권의 인사수요, 임기중 현여권으로부터 중앙은행 독립성과 저금리 기조 부작용 등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던 점을 들어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통화정책 안정성'에 방점을 둔 깜짝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또 한은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만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은 총재 후보로 20여명을 검증하고 최종 3~4명이 남았는데 이 총재보다 월등하다고 보기엔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부는 6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이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시장에 좋은 신호가 됐다고 본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청문계획서를 채택하고, 오는 21일 전후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일정을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여권이 비판해왔던 한은의 저금리 기조에 대해 "비판했던 것은 사실이며 청문회에서도 지적은 있을 것이다. 후보자 스스로도 그 부분에 소신을 갖고 설명을 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도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하는 반응이어서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은 높은 분위기다.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은 "한은법에는 기준금리를 정하는 기능 뿐 아니라 정책연구나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통한 금융양극화에 대처하는 기능도 있는데 한은이 이 부분에 소극적"이라며 "법에 부여된 기능과 실제 운용에 있어서의 괴리를 정리해보고, 필요하다면 기능을 구조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은 일각에서는 내부개혁이 지체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한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인사나 경영관리 측면에서 현총재에 대한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계파적인 인사나 복지, 근로조건 개선 등에 있어 후임 총재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더 후퇴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를 밟으면서 이 총재 앞에 놓인 과제는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혼란을 없앤다는 측면에서 좋은 사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와 한미금리 역전, 한은의 독립성 측면에서 스스로 증명할 책임(Bears burden of proof)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 경제 데이터가 요즘처럼 불안정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는 데이터나 대책이 나오면 임금과 실업이 어떨 것이라는 예측이 됐지만 지금은 그런 예측이 상당히 어렵고, 실제로 비판도 많다"며 "미국 국내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영향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바뀐다면 우리 통화정책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높은 연임 가능성으로 총재 교체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에 생각보다 거칠어지는 분위기인데다, 한은도 새로운 총재가 명분을 다지는데 필요한 시간이 사라지면서 2분기 중 기준금리를 올려도 무방한 상황이 됐다"며 "다만 2월 금통위가 4월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주기에는 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5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총재가 바뀌면 바로 금리인상에 나서기 어렵고, 6월에 선거도 감안해서 7월 정도에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정책여력 확보나 여건이 되면 금리를 인상하는 중앙은행 출신 인사들의 특징을 보면 4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나 신호를 주고 5월에 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 받은 후 서울 태평로 한은본관 내 기자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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