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삼성전자가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전격 선언함에 따라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거듭날 전망이다. 250만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계기로 5만원 안팎으로 몸값을 대폭 낮추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높은 가격이 해소됨에 따라 앞으로 개인들의 투자는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1일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50대 1 액면분할이라는 깜짝 발표를 내놓았다. 분할 결정이 계획대로 시행에 들어가면 앞으로 삼성전자 1주당 가격은 50분 1로 줄고, 발행주식 총수는 50배로 늘어난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를 250만원으로 잡고 계산해 보면, 주당 가격은 5만원 선으로 내려가게 된다. 주식 총수는 보통주 기준 기존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결정은 오는 3월 23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5월쯤 분할된 주식이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가격이 너무 높아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해 왔으나 회사 측이 액면분할을 시사한 적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 주주들에게 이익 환원 기회를 늘려주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그동안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을 발표해 왔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배당 규모를 매년 9조6000억원 수준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이번에 액면분할을 결정함으로써 더 많은 개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간 주가가 너무 높다 보니 개인들이 투자하기 힘들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내 비중 더욱 확대될 것"
액면분할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근본적인 펀더멘털의 변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기업가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진 않지만, 거래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보면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디스카운트 됐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일정 부분 재평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액면분할이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액면가 10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 사례를 분석해 보면 평균 주가흐름은 액면분할 공시 이후 상승하지만,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평균적인 공시일 당일에 3.78% 상승했고, 평균수익률은 60일 전후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거래대금 3조원 돌파…역대 최대
이날 증시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액면분할 발표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8.71% 오른 270만7000원까지 뛰어올랐다. 전날인 30일 종가에 비해 무려 21만7000원이 일시에 오른 것이다. 이후에도 4% 안팎의 상승률을 유지해 왔으나 막판 기관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상승분을 반납하고 0.2%(5000원) 오른 24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거래대금은 3조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단일 종목 사상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대 거래대금인 2007년 10월11일 LG디스플레이가 기록한 2조2650억원을 1조원 이상 뛰어넘는 것이다.
삼성전자 호재는 코스피 흐름도 바꿔놓았다. 개장과 함께 10.37포인트(0.40%) 내린 2557.37로 출발한 코스피는 삼성전자 호재 소식에 상승 전환하며 257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다만 장 막판 매물이 쏟아진 끝에 1.28포인트(-0.05%) 하락한 2566.46로 거래를 마쳤다
이영곤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의 주요 이슈로는 KRX300 종목 발표와 함께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 발표 등이 있었다"며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소식이 장중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견인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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