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지노 '무자본 기업사냥꾼들' 구속기소(종합)
수백억 부실채권 떠넘긴 뒤 되팔아…투자조합 이용 주가조작도
검찰 "투자조합, 익명성 때문에 범죄 수단으로 악용 돼 "지적
2018-01-07 17:55:09 2018-01-07 17:55:0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부실채권을 메우기 위해 회사를 매입한 뒤 매입회사에 부실채권을 떠넘긴 기업사냥꾼들과 사냥당한 틈을 타 피해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기업 전 대표가 구속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정대정)는 위법한 LBO(차입인수) 방식으로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24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으로 A사 대표 서모씨와 최고책임재무자(CFO)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이 회사를 집어삼키는 과정을 틈타 매각회사 자금 180억을 빼돌린 윤모씨도 구속 조사를 받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과 공모한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됐으며, 외국으로 도주한 1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와 이씨는 320억원을 자회사에 대출한 뒤 카지노사업을 하게 하려했으나 부실채권으로 A사가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게 되자 2013년 A사 명의로 240억원을 차입해 주정설비회사인 B사를 인수했다. 이후 B사의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240억원을 A사에 대여하게 했고, 이 돈으로 부실채권 상당 부분을 해결했다. 그러나 B사는 그만큼의 손해(배임)를 봤다.
 
서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A사가 카지노 영업준비금으로 보관 중인 현금 180억원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한 혐의(횡령)도 있다. 서씨와 A사 경영진은 이후 자금일보를 이중 작성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범행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외부감사법 위반). B사 전 대표이자 무자본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윤씨는 서씨 등이 다시 B사를 매각하려 하자 2014년 4월 싱가폴 국적의 X사로부터 사채 240억원을 끌어다가 B사를 다시 인수했다. 이후 X사와 B사간 곡물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240억원을 다시 X사로 반환해 그만큼의 손해를 B사에 떠넘겼다(배임). 기업사냥의 희생양이 된 B사는 2005년 5월 코스닥 상장 후 10여년만에 상장이 폐지됐다.
 
A사 CFO 이씨는 투자조합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10월 투자조합 자금으로 C사를 인수한 뒤 A사 자금을 C와 D사에게 각각 250억원씩 빌려준 뒤 두 회사가 이 자금을 이용해 컨소시엄을 꾸려 A사에 투자하는 것 같이 가장했다. 이 과정에서 C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씨는 3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얻었다(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투자조합이 당초 설립 목적과는 달리 범죄 수단으로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조합은 조합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자들의 건전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투자조합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익명성 보장으로 누가 얼마를 출자한 것인지 공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아주 용이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공백을 이용해 종래 사채업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던 무자본 M&A 세력들이 최근에는 투자조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상장사를 인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서울남부지검. 그래픽/최원식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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