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가상화폐, 1월 중 '거래실명제' 도입
과세·1인당 한도제한 검토…세법 정비·아젠다 제시 '과제'
2018-01-01 11:56:23 2018-01-01 16:03:5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가상화폐가 무술년(戊戌年) 새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트코인 등 온라인 가상화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과열현상을 보이자 정부가 칼을 빼든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본인을 확인하는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를 은행들이 이달중 도입할 때까지 가상화폐 신규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새해부터는 거래 차익에 따른 세금 부과와 1인당 거래 한도가 설정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얘기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반발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는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동력으로 꼽히는 만큼, 시대의 흐름을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의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 1월 중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 마련…“투기막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늦어도 이달말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투자 자금을 넣을 때는 거래소가 부여한 일회용 계좌나 전용계좌를 통해 입금할 수 있었다.
 
예컨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신한은행의 1회용 가상계좌를 발급하면 3시간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입금이 가능했으며, 하루 최대 5번까지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래 금액이나 횟수 등에 제약이 있을 예정이다.
 
본인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 입출금만 허용되고 거래금액 한도 등 규제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거래소 법인계좌에 속한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거래가 금지된 미성년자나 외국인 등을 솎아내고, 자금세탁과 같은 불법의심거래 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기존에는 은행이 입금자의 이름 이외의 다른 정보를 알 수 없었지만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면 은행이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발급도 원천 금지된 상태다.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는 본인 확인된 거래자의 계좌와 가상통화 취급업자(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 입출금만 허용하는 것”이라며 “본인 확인된 거래자의 계좌와 가상통화 취급업자 계좌 간 자행 거래만 인정함으로써 가상통화와 관련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과장은 “당장 12월28일부터 가상계좌 서비스의 신규 제공과 새로운 회원 추가가 중단된 상태”라며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에 대해선 ‘실명확인시스템’으로의 이전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실명확인시스템은 이달 중순이나 늦어도 1월 말까지 구축될 예정”이라며 “조속히 개발해 모든 가상계좌 서비스 이용자가 계좌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또 1월 중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을 통해선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 위험평가 ▲취급업자(거래소) 식별절차 마련안과 ▲다수와의 거액 거래 등 의심거래 등이 보고될 예정이다.
아울러 가상통화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와 신용공여, 다단계판매·전화권유판매 등 거래소의 금지행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위반 시 엄벌키로 했다.
 
◇ 거래소 폐쇄 가능성 제기…4차산업혁명시대, 추세 역행 ‘지적’
문제는 거래 한도 설정과 거래소 폐쇄 가능성이다.
앞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금융권 점검회의’에서 “실명확인시스템이 마련되면 과세목적의 자료 확보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운영성과와 FIU·금감원의 점검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시 1인당 거래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역시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원칙'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다만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거나 인정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세금 부과를 위해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세 방안으로는 ‘실명확인시스템’을 활용한 사업소득세나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이 언급된다. 미국의 경우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올 1월부터 양도소득세(CGT)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보지 않으면서, 거래한도를 설정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할 경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으로 열거돼 있지 않고, 법적 성격이 모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화폐는 탈중앙 집권형식으로 법정화폐와 같은 별도의 관리 기구가 없고 '화폐'로 인정받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 거래 정보가 '블록체인' 방식으로 분산, 저장돼 개인정보 추적 등 과세를 위한 정보 확보도 쉽지 않다. 이에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 과세를 할 경우 관련 대상 분류와 이에 걸맞는 세법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 폐쇄 가능성도 논란거리다.
이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향후 거래소 폐쇄 의견을 비롯해 모든 가능한 수단에 대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거래소 전면 폐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30일 광화문에서는 '암호화폐·블록체인 규제'에 반대한 투자자의 촛불집회가 예고되는 등 규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급등락 폭이 높은 데에는 정부의 규제 등이 발표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하고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가상화폐 제도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를) 제도화하지 않으면서도 무작정 거래를 금지한다거나 거래소를 없앤다고 말하면 오히려 투자자의 혼란과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실명확인시스템 도입으로 투명성과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소 다른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금융실명제와 비슷하다”며 “기존에 익명으로 투기하던 세력을 없애자는 조치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한 달 내에 시중은행들과 연동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투자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좀 더 안정화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에 대비한 문재인정부의 아젠다 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모바일 경제에 맞는 금융정책과 4차 산업과 접목된 금융 산업정책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며 “가상화폐가 금융이냐, 상품이냐를 따지기보다 거래 시장 시스템의 공정성과 보안성, 투자자 보호가 유지되는 시장 조성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정부는 가상화폐 활용과 세계적 추세에 비춰 선도적 위치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너무 부족했다”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할 시점에 규제적 접근만을 우선시하려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상화폐가 미래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중 하나라는 전망에서 본다면 국내 IT등의 산업발전과 경쟁력 차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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