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국민연금의 채무 재조정안 전격 수용으로 회생을 위한 큰 산을 넘었다. 사채권자 집회라는 마지막 고비가 남았지만 최대 관건이었던 국민연금 결정으로 P플랜(단기 법정관리) 돌입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파산 선고 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이 회생으로 방향을 조정하면서, 남은 관심은 장기적 독자생존 여부로 집중된다.
대우조선은 17일 열린 3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연내 만기되는 94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채무재조정안이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고 밝혔다. 18일 남은 두 차례의 집회에서도 모두 가결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P플랜 회피를 위한 9부 능선은 넘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 회사채 총액은 올해 만기되는 9400억원을 비롯해 내년 3월과 2019년 4월 만기를 앞둔 3500억원, 600억원 등 총 1조3500억원 규모다. 이중 절반은 출자전환, 절반은 만기 연장되며 대우조선의 숨통을 틔운다.
일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대우조선은 생존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채무 재조정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이달 말부터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게 된다. 대우조선은 해당 자금을 선박운용 대금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용처에 투입한다.
대우조선이 P플랜 회피에 청신호가 켜지며 큰 고비는 넘겼지만, 거듭된 위기에 재차 정부지원을 통한 회생은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사진/뉴시스
대우조선은 특히 P플랜 돌입시 기존 114척의 수주 잔량 대부분이 계약 취소될 수 있었던 위기를 모면한 만큼 일단 내년까지 예정된 100여척의 선박 인수 완료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이후 오는 2020년까지 수주 잔량이 약 10척에 불과해, 추가 수주도 필수적이다. 정성립 사장이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표방한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과감히 정리하고 LNG선과 수중함 등 특수선 집중을 통해 연 매출 7조원대 수준까지는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재 회계법인 측은 올해 수주 예상치를 20억달러 규모로 책정했는데 자체 목표치는 55억달러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된 계약만 7억7000달러 규모인 데다, 확정이 예상되는 계약까지 포함하면 14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회계법인 예상치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대우조선의 위기를 경쟁력 제고가 아닌 긴급 수혈이라는 미봉책으로 틀어막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악순환을 반복하는 회생 조치로 상대적으로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 선사를 비롯해 국내 조선·해운업계 전반적 위기를 초래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대외신인도 타격까지 입은 대우조선이 원할하게 추가 수주를 따낼 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대비 미청구공사액 비중(39.2%) 역시 부담이다. 미청구공사액은 선박 건조상황에 따라 선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일컫는다. 때문에 월별로 불규칙하게 유입되는 자금 특성상 적게 들어오는 달엔 유동성 부족이 불가피하다. 국책은행 지원자금을 통해 자체적 조율이 가능하다는 게 대우조선 설명이지만 지난해 미청구공사액 규모만 4조46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추가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과 교수는 "이번 지원을 통해 3~4년 정도의 생존은 가능하겠지만 결국 위기에 위기를 거듭하는 꼴"이라며 "현재 경쟁력은 수출입은행의 힘을 빌려 저가 수주를 따내는 데 그치는 수준인 만큼 중소형선과 방산 관련 선박 등 특수선 분야만 남기는 식의 규모 축소와 사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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