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생산기지만 고집, 글로벌 추세에 역행
2017-04-03 17:54:22 2017-04-03 18:00:4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우리기업이 비용절감형 해외 진출만 고집,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국은 선진국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인수합병(M&A)과 선진국향 투자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해외직접투자의 초점을 선진시장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 M&A가 오히려 줄어들고, 선진국보다는 아시아에 쏠림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발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대응력도 약화시켰다.
 
코트라가 3일 발표한 ‘우리기업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해외직접투자는 약 1조7620억달러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선진시장이 해외직접투자를 주도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투자 총액이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특히 선진국내 제조업 대상 M&A가 55%로 급증(2014년 41%)하면서 5년 만에 신흥국 비중을 넘어섰다.
 
반면 같은 해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271억달러로 전년 대비 0.7%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중 M&A형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7.6%에서 2015년 26.2%로 되레 감소했다. 또 우리기업의 투자는 선진국보다 아시아에 집중됐다. 2015년 최대 투자지역은 아시아로 전체의 44.1%에 해당하는 1364억달러가 투자됐다.
 
코트라는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해외진출 한국기업 1만1943개사를 설문조사한 뒤, 그중 1475개 제조기업의 경영성과를 생산성과 비용효율성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경영성과가 우수한 ‘고생산성·저비용’ 생산기지는 미국, 폴란드, 슬로바키아, 중국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용절감형 진출이 집중된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생산기지는 생산성이 낮았다(저생산성·저비용). ‘고생산성·저비용’ 업종은 자동차·자동차부품, 전기·전자, 기계장비 순으로 집계됐다. 기타 운송장비와 의복·잡화류, 섬유·피혁, 목재·가구 등 노동집약적 산업은 비용효율성은 높지만 생산성이 낮아 해외 진출의 장점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임금을 기준에 둔 생산기지화 전략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진출을 확대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전향적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으로 공정의 자동화가 확산되면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도 제조단계에서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정밀기기, 부품, 기계장비 등 제조업 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전략도 유효해 보인다. 결론은 기존의 비용절감형 진출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대·중소기업간 협력도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반진출 여부에 대해 대기업과 무관한 진출형태라는 응답이 92%로 압도적이었다. 그나마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업종에서 동반진출 실적(응답률 32%)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전기전자 및 금속 산업은 협력사가 많은 대표적 업종임에도 응답률이 각각 10%에 그쳤다.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접어들며 우리기업의 통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촉발된 신보호주의는 북미-중국-아세안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자국내 영토로 옮겨 폐쇄형 가치사슬을 새로 만들고 있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규모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전환하는 한편, 진출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와 상생협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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