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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적폐청산' 촛불민심 업고 본선 직행…'외연확장'은 과제
'우리는 한 팀' 안정감도 한 몫…안희정·이재명 지지층 끌어안기가 본선승리 '관건'
2017-04-03 20:00:00 2017-04-03 20:20:27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3일 대선후보로 조기 확정된 것은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에서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의 적임자라고 강조해온 것이 선거인단의 공감을 얻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당 내 후보 중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초 자신에 대한 ‘대세론’ 주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여왔던 문 후보는 지난달 23일 전북지역 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욕심 같아서는 경선에서 압승을 거둬서 조기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빨리 결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차기 정권의 과제로 제시한 ‘적폐청산과 국가대개조’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선 본선은 물론이고 당 내 경선에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첫 전국순회 경선이었던 지난달 27일 호남경선을 시작으로 경선기간 내내 문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문 후보가 경선기간 내내 ‘우리는 한 팀’ 기조를 유지하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인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문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며 막판 역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문 후보 지지층 결집이라는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 사이에 공방이 과열될 때마다 문 후보는 “우리들 만큼은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며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가 50% 이상의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조기에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불과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본선 대비 진용 정비를 위한 시간도 벌게 됐다. 지난주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당 내 경선에 추가로 1주일을 소요했을 경우 문 후보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를 상정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입장에서 부동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이번 주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각 캠프도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과제는 경선 과정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안희정·이재명 후보와 지지층을 어떻게 끌어안을지다. 문 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경선기간 중 상대후보 측 관계자들에게 대량의 비방 문자나 ‘18원 후원금’ 등을 보내며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후보 측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돌아봐야 할 때다.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따뜻한 연대의 정을 나누자”는 글을 남기며 지지자들 다독이기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정견발표에서도 문 후보는 "이번에는 제가 먼저 정권교체의 문을 열겠다. 자랑스런 우리 동지들이 다음, 또 다음 민주당 정부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며 자신의 대선후보 선출과 대통령 당선이 다른 후보들을 위한 '새 시대의 첫차' 행보임을 강조했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오늘 우리에게 승자와 패자는 없다”, “안희정의 통합 정신과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의지는 이제 저의 공약”이라며 다른 후보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지역 별 경선장 플래카드마다 다른 문구를 선택해온 문 후보는 이날 ‘모두의 승리’라는 문구를 내보였다.
 
이 같은 화합 기조가 당 중심 통합캠프 구성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도 안희정·이재명 후보 캠프에 있던 인사들을 아우르는 당 중심 선대위 구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가 민주캠프·시민캠프 등으로 이원화되며 유세 결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민주당 당 내 경선 과정에서도 타 후보들은 문 후보 캠프의 대규모 인재영입과 자체 지원조직 구성을 비판한 바 있다.
 
각각 충남지사·성남시장으로 있는 안·이 후보에게서 본선 국면에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결국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공감하는 동지적 관계”라며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 참석한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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