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한국 반도체, 기술 초격차 자신…“중국 추격 두렵지 않다”
D램시장 안정적 우위 유지…중국 M&A도 제동
2017-01-06 07:00:00 2017-01-06 07:00:00
굴뚝산업을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첨단산업에서도 '굴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 유독 반도체만 여유롭다. 무수히 한계를 극복해온 미세공정기술로 진입장벽을 쌓은 덕에 자본력만으로는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자신이다. 메모리반도체 톱티어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1~2년 정도 기술격차를 벌려 놓고 있다. 오랫동안 기술력을 축적해온 선두기업들 사이에서도 그만한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기술적 난이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설투자가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중국이 가야할 길은 멀다. 반면 비메모리 시장은 우리의 도전이 요구된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고속성장하며 무수히 많은 종류의 센서와 칩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적합하지만 국내 반도체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대량생산이 주도하는 태생적 한계에 갇혀 있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기술 협력과 동반성장 생태계의 활성화가 절실한 이유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한국 반도체 기술은 현 시점에서 충분한 안전지대에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D램에서 지난해 4분기 18나노 양산을 개시했다. 올 초에는 10나노 중반대 진입에 도전한다. SK하이닉스는 21나노 양산 안정화에 이어 연내 18나노 양산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보다 1년여 정도 뒤쳐져 있다. 3사가 D램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확고한 우위는 대한민국 차지다. 중국은 아직 첫 발도 못 내밀었다. 중국이 따라잡는 데는 최소 6~10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낸드플래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미 64단 양산에 진입했다. 올 하반기 128단 양산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도시바는 아직 48단 양산에 머물러 있다. 올 상반기 64단 양산 진입을 바라본다. 마이크론은 32단에 불과하다. 올해 겨우 48단에 진입한다. 한동안 주춤했던 SK하이닉스도 최근 빠르게 추격하며 한국 반도체만 약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48단 양산에 들어갔고, 올 하반기에는 72단 양산 계획을 잡고 있다. 인텔은 최근에서야 32단 양산을 시작했다. 다수가 48단 초입이거나 아직 진입조차 못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48단에서만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인다. 중국은 아직 시제품 단계다. XMC가 이제 겨우 32단을 개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엔 64단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반면 중국 특유의 물량공세는 활발하다.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을 인수해 시간을 단축하려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 막혔다. XMC와 공동으로 마이크론 기술 라이센스를 받아오는 우회로를 택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와 UMC는 54억달러 규모의 D램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올 9월 양산이 목표다. 시노킹은 70억달러를 투입해 올 하반기 D램 양산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실제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업계 시선은 회의적이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의 기업사냥이 순탄치 않다는 데 있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미국 반도체 분야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마무리 중으로, 퇴임 전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푸젠의 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에 대해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하라”고 명령했다. 앞길도 험난하다. 보호무역 기조를 통해 중국과의 반목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신정부가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평택 반도체단지에 3D낸드플래시 공장을 짓는다.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2조2000억원 규모의 청주공장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시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과점 구도가 확고하다”며 “경쟁사들이 신규 진입해 공급과잉을 유발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반도체 제품 시장과 비교하면 D램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그럼에도 중국 행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자율경쟁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세계 전체 반도체 소비량 중 절반 이상을 쓰는 중국은 그 물량을 자체 생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한국산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에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결정한 것처럼 자국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가 얼마든지 자행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하는 곳이 중국 시장의 특성”이라며 “평균에 못 미치는 기술이라도 자국 기업이 개발하면 로컬 고객사들에게 그 제품을 쓰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게 중국”이라고 걱정했다. 중국 정부의 변칙적인 시장 논리가 국내 반도체 업계로서는 리스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지만 물량공세가 대단하다"며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원천기술 혁신을 위한 기업의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로부터 노하우를 빼내려 할 것이기 때문에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생태계를 돈독히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반도체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세계 D램 매출은 42억9100만달러로 전월비 8.88%, 전년 동월비 16.3% 증가했다. 최근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가격상승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오랜 치킨게임 끝에 시장도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향후 반도체 칩 사용량이 늘어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VR(가상현실기기), 드론, 음성데이터, 스마트폰 고용량화를 타고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중국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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