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적발에도 CEO는 승진
실적 지상주의 '폐해'…윤리경영 저버려
2016-12-26 16:27:02 2016-12-26 19:34:29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담합 적발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연말 승진 대열에 합류하면서 윤리경영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처하게 됐다. 손쉬운 성과를 담보하는 담합은 CEO에게 있어 달콤한 유혹과도 같다. 특히 조직내 실적 지상주의 문화가 팽배할수록 폐단과의 단절은 요원해진다.
 
담합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건설 업종의 경우 적발이 잦음에도 CEO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집권을 위한 필수코스로까지 인식된다. CEO 스스로가 담합 행위를 관행처럼 여기면서 당국의 제재에도 내성이 생겼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8월말까지 삼성물산과 SK건설은 각각 11건, 17건의 담합이 적발돼 2395억원과 9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SK건설은 올 연말 인사에서 조기행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조 부회장은 2011년부터 SK건설 경영지원 담당 사장으로 일하면서 주택·건축 부문을 총괄했다. 이 기간 있었던 담합은 그의 승진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201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뒤에는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까지 올랐으며, 올해 재선임됐다.
 
전자 업종도 담합의 멍에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8년~2009년경 노트북, TV, 세탁기 판매 등에서 가격 담합이 적발돼 2012년 446억원의 과징금을 떠안았다. 당시 LG전자는 담합 적발시 해당 직원은 물론, CEO까지 처벌하는 등의 강경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LG전자는 2012년 이후에도 지난해 7월까지 해외에서 TV 가격을 담합하다 7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짊어졌다.
 
올 연말 인사에서 승진과 더불어 1인 대표 자리를 꿰찬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2005년부터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담합 적발이 있었던 2012년 이듬해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실적에 따른 보상이라는 설명이지만, 인사평가에서 담합은 논외였다. 
 
방산 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한화와 고려노벨화약 간 담합이 적발돼 전·현직 대표이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심경섭 전 한화 대표는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담합을 기획·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영업담당 임원이었던 심 전 대표는 대표이사까지 승진했지만 지난해 담합 적발 후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그해 6월 사임했다. 한화는 사임 이틀 전 심 전 대표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대표이사로 선임,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담합 적발에 개의치 않았던 인사는 실패작이 됐다.
 
담합은 기득권 사업자 간의 카르텔로,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을 차단해 이익을 공유한다. 공정경쟁이 저해됨은 물론 담합에 따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기술개발 의욕을 약화시켜 산업경쟁력 저하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화령 KDI연구위원은 최근 ‘성과가 저조한 CEO의 연임이 담합에 주는 함의’ 보고서를 통해 "담합기업의 CEO는 연임할 확률이 높다"며 "CEO에게 담합을 추구할 유인이 주어지고 있어 이사회 독립성을 제고해 이를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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