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근혜·최순실 특검'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2016-12-14 06:00:00 2016-12-14 09:28:17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특검이 출범했다. 역대 12번째 특검이다. 그동안 대북송금특검, 내곡동사저특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특검은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가 '특검 무용론'으로 막을 내리는 패턴을 반복했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특검은 그 중요성, 수사 범위, 조직, 예산 등 모든 규모에서 과거 열 한 번의 특검을 압도하는 매우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고, 그만큼 국민들의 기대도 그 어느때보다 높다. 특검에 변호사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했던 변호사들의 경험담을 정리하여 이번 특검이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추려 보았다. 먼저 특검의 한계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특별한 검사라는 근사한 이름에서 풍겨지듯이 국민들은 특검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걸음만 더 들어가 본다면 특검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첫째, 특검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검수사를 위해서는 수사 인력을 구축해야 한다. 파견검사도 받아야 하고, 변호사, 퇴직 경찰 등 40명의 특별수사관을 뽑아야 한다. 그것도 매우 단기간에 해야 한다. 변호사들을 특별수사관으로 영입해야 하지만 능력 있는 변호사 중에서 사업을 접고 수개월, 길게는 1년도 넘는 기간 동안 특검팀에 합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뿐인가. 일을 할 건물임대, 내부구조 구축, 가구, 컴퓨터 등 각종 비품구입도 해야 하는 등 기초공사부터 뼈대와 지붕까지 한꺼번에 지어야 한다. 이런 준비를 다 마치면 수사팀이 구성되겠지만 이들은 생면부지로 만나 단기간에 팀워크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맨땅도 이런 맨땅이 없다.
 
둘째, 특검에게 '스모킹건'은 없다. '스모킹건'은 범죄의 명백하고도 결정적인 증거를 말한다. 수사의 생명은 신속한 증거확보에 있다. 그런데 특검은 검찰수사가 한참 진행되다가 특검이 개시되기 때문에 범죄발생이후 수개월이 흘러가버렸을 시점에서야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에 필요한 증거는 죄다 사라져 버린 후일 확률이 높다. 차, 포를 모두 떼고 장기를 두어 이겨야 하는 숙명과 같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특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특검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 특별수사관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절실하다.
 
특검은 기존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는데서 출발하는 조직인데, 검찰에서 검사들을 파견받아 그 검사들을 주축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아이러니요, 모순이다. 특검과 특검보가 바로 선다면 검찰 지휘부가 외풍에 휘둘려 수사를 그르치는 일은 막을 수 있겠지만, 실제 수사는 특검, 특검보가 아니라 검사와 특별수사관들이 진행하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지휘, 감독하느냐가 특검성공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확신한다.
 
특검과 특검보는 모두 변호사 중에 선임된다. 또 특별수사관 중 상당수도 변호사들이 투입된다. 그런데 변호사 특별수사관은 검사의 직무가 아니라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조서는 재판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는 순간 휴지가 되고 만다. 독자적으로 영장청구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 특별수사관들은 검사의 지휘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사업까지 접어놓고 의욕과 소신을 가지고 특검에 합류한 변호사들의 사기를 꺾는 제1원인이 된다. 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가 특별수사관으로 특검에 합류했다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넘지 못해 중도하차한 경우도 있었다. 수차례의 특검에 참여한 변호사들의 경험담을 들은 변호사들이 특검에 합류하기를 꺼려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따라서 변호사 특별수사관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도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변호사 특별수사관들의 수사를 지휘, 감독할 전담 특검보를 지정하여 직보체계를 갖추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들 특별수사관들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과 보조 인력 배치에도 신경써야 한다.
 
역대 특검의 세세한 진행 상황을 대검찰청에서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때문에 이번 특검법은 파견검사들이 소속기관에 수사사항을 보고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검사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파견 공무원들로부터 휴대폰 검열 동의를 받으면 어떨까 싶다. 특검의 수사대상에는 항상 검찰이 포함되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보안유지는 더욱 중요하다.
 
이번 특검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쓰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과거 열 한 번의 특검을 모두 합한 것보다 무게가 무거울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작은 부분의 배려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이번 특검 끝에는 '특검무용론'이 아니라 '특검대박론'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냥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우주의 기운'을 모아 기도한다.
 
장진영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디도스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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