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공간의 재발견…불법흡연장소가 영화관으로
고가도로 하부·폐허 공간 등 방치된 유휴공간 재활용
2016-11-17 14:11:18 2016-11-17 14:11:18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도심 속 유휴공간들이 새롭게 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도심 속 고가도로 하부나 낙후된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시민주도형 ‘시민누리공간사업’을 진행 중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뉴욕의 경우 지난 1948년부터 방치된 과거 터미널 지하 공간(4046㎡)을 공원으로 바꾸는 로라인(LowLine)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런던에는 포켓 파크(Pocket Park)처럼 도심지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공원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시 역시 다양한 모임공간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시민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7월 총 37건의 시민제안서를 신청받고, 1·2차에 걸친 시민투표를 거쳐 최종 9건의 사업제안서를 선정했다. 
 
그 결과 평소 불법주차나 흡연장소로 이용되던 중구 무교동 95번지 어린이재단 건물 앞 공터에는 10평 규모의 소규모 영화관이 생겨나기도 했다.  
 
17일 처음 선보인 미니시네페(미니시네마+카페)란 이름의 영화관은 10평 규모의 공간을 분리해 한 곳은 6~8석 규모의 영화관으로 활용하고, 다른 한 곳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미니시네페 운영을 맡은 전우석 미니시메나 대표는 "신인 영화인들은 영화를 제작하고도 상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무교동 미니시네페를 활용해 영화인들에게 창작의욕을 부여하고, 시민들에게는 도심 속에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무교동 인근 직장인들 위해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상영작은 대부분 10~15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또 영화감독과 배우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영화음악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영화관람비는 무료다. 
 
이밖에 시민누리공간사업에 선정된 시민들은 용산구 서계동과 후암시장 일대에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가 만들고, 벽화를 그려 넣어 지역주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또 무단 쓰레기 투기로 골머리를 앓았던 도림천 인근에는 작은 무대를 설치해 거리공연 등을 진행하고, 시민들이 쓰레기를 주워오면 얼굴페인팅 같은 문화·예술체험으로 바꿔주는 아트레쉬(Artrash)로 주민 참여를 이끌어 냈다. 
 
여장권 서울시 도시정책과장은 “서울 내 유휴공간만 200여 곳이 된다”며 “올해 시민누리공간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다양한 공간이 생겨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공공장소를 민간이 맡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없어 제한적”이라며 “공간 용도완화, 수익사업 허용 등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문을연 중구 미니시네페에서 단편영화가 상영 중이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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