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일상에 스며드는 '가상현실'…2000억달러 시장 열린다
보급형 VR기기 출시 잇따라…엔터·마케팅·교육 등 전방위 활용 기대
2016-01-31 12:00:00 2016-01-31 12:00:00
지난 2014년 9월 글로벌 호텔체인인 메리어트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특이한 이벤트를 벌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는 부부를 대상으로 단 90초만에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보내주는 텔레포트(순간이동) 이벤트였다. 비행기로도 10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하는 말도 안 되는 여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가상현실(VR) 기기였다. 4D 장치가 되어있는 곳에서 VR 헤드기어와 헤드폰을 장착한 사람들의 눈앞에는 곧 하와이의 눈부신 해변이 펼쳐졌다.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것은 물론이고 호텔방도 살펴볼 수 있었다. 건물 꼭대기 전망대에 서서 아찔한 발밑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의 난간을 부여잡았고 "오 마이 갓"을 연발했다. 보고 듣는 것은 물론 하와이의 햇볓까지 느낄 수 있었던 가상현실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의 100%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2주간의 짧은 이벤트로 끝났던 가상현실 체험은 이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상현실(VR)이 현실이 되고 있다. 높은 기기 가격과 제한된 활용도라는 양대 장벽 무너지면서 가상현실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VR 기기는 비싼 가격과 커다란 부피 때문에 군사 훈련에서 시뮬레이션 전투 등으로 활용처가 제한돼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VR기기의 가격은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 등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잇다라 출시하면서 올해 VR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참가자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VR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와 협업을 통해 약 13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가상현실용 헤드마운트 기기인 '기어 VR'을 선보였다. 헤드마운트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넣도록 해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이다.
 
구글은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두꺼운 카드보드지와 볼록렌즈 2개만 있으면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카드보드'를 선보였다. 재료가 있고 손재주가 좋다면 무료로 공개한 도면을 통해 카드보드를 만들 수 있고, 제3의 업체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DIY용 키트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개발자 포럼에서 카드보드를 처음 선보였는데 최근까지 500만개 이상의 카드보드가 판매·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카드보드 관련 어플만 1000개가 넘는다.
 
VR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오큘러스는 이달 초부터 VR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의 사전예약을 받고 있으며 소니도 자사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S4)'와 연동되는 'PS VR'을 상반기 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VR과 관련해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애플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VR이 틈새새장으로 되지는 않을 것으로 아주 쿨(cool)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VR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VR시장, 5년 뒤 300만달러로 성장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VR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만 1억달러에 달한다. 2012년 이후에는 모두 14억6000만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탈이 VR 기업에 흘러들어갔다. 최근에는 일본의 모바일게임 회사 콜로프라(COLOPL)가 단독으로 5000만달러 규모의 VR 펀드를 만들었다. 바바 나루아츠 콜로프라 CEO는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VR이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콜로프라가 설립한 VR 펀드는 3000만달러는 VR 게임 개발에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헤드기어 디스플레이와 콘텐츠 플랫폼 개발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 전망. 자료/디지캐피탈·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VR 시장의 성장성은 앞으로가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가격이 낮은 입문자용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하드웨어 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은 오는 2020년까지 VR 시장은 3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미지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됐다. 코타 에자와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오는 2020년이면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VR 시장의 규모가 2000억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영화·공연 등 엔터산업이 앞장
 
현재까지 VR 활용도가 가장 높은 곳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가상현실은 화두였다. 영화제의 뉴프론티어 부문에 출품된 VR 영화만 31편에 달했다. 지난해 11편의 VR 영화가 출품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인 자쿠 사막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도 있었는데 제작사인 ILMxLAB의 로버트 브레도는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인) C3PO와 이야기 하고 옆에서 굴러다니는 BB-8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질 때에 어떤 느낌인지, 잠자리나 나비가 돼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체험할 수도 있었다.
 
IT기업들도 VR 저변 확대를 위해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에 참석한 마크 매튜 삼성 미국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뉴욕에 VR 전용 스튜디오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큘러스는 지난해 초 영화산업에 가상현실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가상현실 영화를 직접 제작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음악·공연 업계 역시 VR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포춘의 보도에 따르면 유니버셜뮤직은 지난달 미국 서부지역 라디오방송국인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 프랑스 업체 비방디(Vivendi)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VR 사업에 진출했다. 아이하트미디어가 주최로 신행하는 음악 축제와 시상식 등을 VR 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에는 4차례의 VR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폴 매카트니와 콜드플레이 등 유명 아티스트들도 VR 콘서트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마케팅·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 활용 기대
 
포브스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이외 다양한 산업에서도 VR을 이용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VR을 이용한 광고는 기존 시·청각에 의존한 광고와 달리 사람의 오감을 모두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VR의 큰 장점은 실제로 장소를 옮기지 않고도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마침내 소비자들에게 진짜 경험을 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포드와 아우디 등은 차량 구매 시 VR을 통해 내·외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도 보트여행과 하이킹 등 관광 상품에 대한 VR 영상을 배포했다.
 
앞으로는 피자와 같은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포브스는 예상했다. 전화를 거는 대신 VR 헤드셋을 쓴 채 점원과 얼굴을 맞대 이야기하며 눈앞에 있는 가상의 피자를 살피며 선택하는 시대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신문은 "미래에는 심지어 피자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용 목적의 VR 활용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해 9월 '파이오니어 익스페디션'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덴마크 등의 학교에 VR 견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생들을 위한 스마트폰과 카드보드, 교사용 태블릿, 라우터 등의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우주의 화성에 이르기까지 100여 곳의 다양한 장소를 체험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도 구축키로 했다.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과 월트디즈니가 함께 달리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VR 콘텐츠. 사진/뉴시스·AP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은 가상환경을 이용해 고소공포증과 같은 신경증을 치료하는 방안이 연구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와 살바도르달리 미술관은 '데스티노(Destino)'라는 이름으로 달리의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도 VR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가상현실 생태계의 확장과 금융서비스 적용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가상현실을 통해 이용자들이 데이터와 차트 등을 맞춤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가상 트레이딩 데스크'를 제작했다. 피델리티도 오큘러스를 이용해 데이터를 시각화해 직관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정인 연구위원은 "가상현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산업 전반의 지형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라며 "금융업에서도 복잡한 콘텐츠를 직관적이고 몰입감있는 내용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채널로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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