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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사모펀드 희비, '멜론' 빅딜인데 '씨앤앰은'…
MBK, 3년째 매각 작업 지지부진…SIH, 2년여 만에 ‘잭팟’
2016-01-15 06:00:00 2016-01-15 06:00:00
연말 연초 줄지어 터진 인수합병(M&A) 빅딜로 방송·통신 업계 지분을 소유한 사모펀드 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멜론’을 팔아 잭팟을 터뜨린 스타인베스트홀딩스(이하 SIH)와 달리 ‘씨앤앰’을 보유한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BK의 씨앤앰 매각 작업은 정체된 상태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매각 의사가 알려지며 2조원대 거대 매물에 이목이 쏠렸지만 예상과 달리 수 년째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SK텔레콤(017670)이 같은 케이블 업체인 CJ헬로비전(037560)을 인수합병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업계 1위 CJ헬로비전이 약 1조원에 팔리자 씨앤앰 가격도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MBK는 그동안 씨앤앰 희망 매각대금을 2조5000억원으로 밝혀 왔다. 만약 CJ헬로비전 수준으로 매각대금이 낮아지면 2조원대 인수자금도 회수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옆 동네에선 디지털 음원 서비스 업체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016170))가 무려 1조8000억원이라는 거액에 카카오(035720)에 인수됐다. 그리고 로엔의 최대 주주였던 홍콩계 사모펀드 SIH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액을 거둬들였다. SIH는 MBK가 씨앤앰 매각 작업에 착수한 2013년 2972억원을 투자해 로엔(지분 61.4%)을 사들였다. 씨앤앰 매각이 난항을 겪는 동안 SHI는 로엔의 몸값을 6배나 늘린 것이다.
 
MBK는 2008년 총 2조750억원을 들여 씨앤앰(지분 95.5%)을 인수했다. 최근 3년 간 몇 차례의 매각 기회를 잡지 못했고, 지난해 유력한 인수 후보자이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을 한 방에 잃었다. 업계 관계자는 “CJ헬로비전 매각과 관련한 정부 심사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야 씨앤앰 매각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2~3월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론’을 팔아 1조2000억원의 차익을 거둔 스타인베스트홀딩스와 달리 ‘씨앤앰’을 보유한 MBK파트너스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씨앤앰
 
틈새를 이용해 씨앤앰은 최근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각대금을 하향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해 매각 실패의 책임론적 성격으로 MBK는 씨앤앰 대표이사를 전용주 전 IHQ 사장으로 교체했다. 오는 3월 경 사명도 새롭게 바꿀 예정이다. ‘Cable & More’를 의미하는 현 사명이 케이블에 국한된 이미지를 심어줘 보다 미래지향적 의미를 반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전 대표는 씨앤앰을 ‘종합 홈서비스 사업자’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최근 지상파 3사와 VOD 서비스 중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타 케이블 업체들과 달리 씨앤앰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다른 업체들은 올 1월부터 지상파 신규 VOD 공급이 중단됐지만 씨앤앰은 협상 기한을 오는 15일로 연기해 홀로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씨앤앰의 최근 행보를 매각 재개와 연계해 해석하고 있다. 씨앤앰 관계자는 “기업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본연의 의무”라며 “매각만 기다리기보다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부 의식이 있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다.
 
그러나 남아 있는 또 다른 변수는 현대HCN이다. 업계에선 최대주주인 현대백화점 그룹 입장에서 매각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이 경우 씨앤앰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는 가입자 규모 면에서 씨앤앰이 앞서지만 인수 주체에 따라 매각대금이 또 한 번 거래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앤앰 홈페이지에 지상파 VOD 서비스를 지속한다는 공지가 나와 있다. 사진/씨앤앰 홈페이지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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