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거센 중국발 한파, 위기 속 성장기회 찾는다
초고속 성장기 종식 후유증 우려…농산물·영화·스포츠 등 유망 분야
2016-01-10 12:00:00 2016-01-10 12:00:00
연초부터 중국발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위기의 근원지는 주식시장이다. 급격한 주가 하락에 일주일 새에 두 번이나 거래가 조기에 종료됐다. 10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무른 제조업 경기,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위안화 가치, 세계은행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나였다. 지난 10여년 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엔진이 꺼졌다는 것. 고속 성장기가 끝났다는 것에는 중국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중순 올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6.8%로 제시했고, 국책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도 최근 6.7%의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전했다. 경제의 중요한 전환점에 선 중국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당연지사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중국의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AP
 
지난 10여년 간 중국은 10%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2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은 세계의 앞날을 예측할 때 빼놓아서는 안될 요인으로 꼽히며 막강한 영향력도 자랑한다. 올해에도 중국은 어김없이 금융기관 및 전문가들의 연간 전망에 등장했다. 월가의 족집게라 불리는 바이런 윈 블랙스톤 부회장이 올해로 31번째 발표하는 '10대 서프라이즈'에서는 중국 경제 둔화가 미국의 금리인상, 대통령 선거와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로 다뤄졌다. 윈 부회장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은 면하겠지만 경제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며 은행들은 불량 대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달하는 부채 비율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제성장률이 5%에도 못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중국 정부는 수출 진작을 위해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을 7위안까지 절하시킬 수 있다고 윈 부회장은 설명했다.
 
글로벌 위기관리 컨설팅 기관인 유라시아그룹이 선정한 '2016 글로벌 10대 리스크'에서도 중국을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불확실한 요인"으로 주목했다. 국제사회의 무임승차자 혹은 정해진 규칙을 따를 수 밖에 없는 룰테이커(rule-taker)에 그쳤던 중국이 규칙을 만드는 룰메이커(rule-maker)가 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전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심층적인 개혁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지만 파급력은 크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맥킨지, 중국 중장기 트렌드 전망
 
더 나아가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는 올해 중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견했다. 수 년 전부터 매해 초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단순히 숫자로 예측한 경제 동향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보고서를 작성한 고든 오 맥킨지 디렉터는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전했다.
 
우선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식 발표되는 '13차 5개년 계획'은 별다른 서프라이즈 없이 예상했던 내용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의 5개년 계획들과 큰 틀에서는 같은 시각을 공유하며 새로운 계획의 의도를 설명하는 정부의 연설에만 수사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성장률 목표치를 6%대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다를 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다름 없을 것이라고도 맥킨지는 덧붙였다.
 
다만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베이징 일대에 스모그 적색경보가 발령될 만큼 심각한 대기 오염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는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줬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더 엄격한 탄소 배출 기준을 세우고 비화석연료 개발 지원에 더 많은 지출을 할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참여도 적극 독려할 전망이다. 또한 민간기업과 국영기업 모두 친환경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획득할 수 있도록 경영 기조를 바꾸도록 권고할 것이다.

"경제의 질적 성장 심화될 것"
 
맥킨지는 지난 몇 년간 강조된 경제의 질적 성장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제조업, 투자, 일자리 등 경제의 많은 부분에서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일자리의 경우 철강, 섬유 등 전통 제조업에서의 근로자들이 줄어드는 반면 금융서비스, 소매업 등과 관련된 기술 분야에서는 점점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 투자 영역에서는 중국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 담당자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전망이다.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IT 기업들이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산관리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질적 성장이 심화되면서 제조업에서도 구조개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의 한 공사장의 모습. 사진/뉴시스·AP
 
비중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년 가까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을 하회하며 '세계의 공장'이란 별칭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됐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맥킨지는 "더 중요한 변화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불과 2년 전만해도 다수의 중국 기업들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고 새로운 기능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데이터, 마케팅, 특정 해외 시장 등 전문 인력이 관심을 보이는 경영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혁신을 강조하는 등 서구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과잉생산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혁신적 플레이어들의 역량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로컬 경쟁자들에게 밀려 고전하고 있는 것이 변화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에는 중국의 제조업이 보다 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동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자
 
맥킨지가 예상한 올해 중국의 모습에서는 위기라고 불리는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위기에 필적할 만큼 어려운 시기이지만 태동하고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식품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농산물 수입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맥킨지는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올해 중국의 농산물 수입은 양적으로나 금액적으로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견했다. 호주나 미국 등 식량 수출 대국이 이로 인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원유에 이어 농산물까지 중국에 수출하게 되면서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영화나 스포츠 등 문화 산업으로 돈이 모여들 것이란 전망도 마찬가지다. 맥킨지는 올해 중국 영화 시장의 규모가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몬스터 헌트', '로스트 인 홍콩' 등 국내 흥행작을 앞세워 박스오피스 수입이 50%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신규 상영관이 나타나는 것 만으로도 20%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텐센트 비디오, 러TV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도 영화 산업 성장을 도울 것으로 기대됐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중국 내외의 축구계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국영방송사인 CCTV가 독점하고 있던 중계권도 민간 기업의 진입이 가능해지며 관련 매출이 20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맥킨지는 "중국이 당장 월드컵 우승을 거머쥘 수는 없겠지만 세계에서 주목받는 축구 리그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대일로 정책 등으로 가속화되는 중국의 대외 투자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작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협력의 분야를 넓히고 있는 영국을 들 수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올해 중으로 런던이 최대 위안화 역외시장으로 발돋움해 금융 분야에서의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의료 및 바이오 분야에서의 양국 산학 협력도 공고해질 전망이다. 맥킨지는 다른 국가들도 중국의 거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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