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중국 소비자를 잡는 키워드, 농촌·로컬·온라인
소비 저변 확대에도 외국 기업 경영환경 되레 복잡
2015-10-01 15:15:04 2015-10-01 15:15:04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의 칼럼니스트이자 글로벌 컨설팅기업 톰킨스인터내셔널의 컨설턴트인 마이클 자쿠어는 저서 '중국의 슈퍼컨슈머'에서 중국 소비시장의 잠재력을 새삼 실감했던 인상깊었던 하루를 소개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어느 아침 당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였던 스티브 잡스로 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은 것이다. 아이폰의 중국 진출과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의 거래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마침 그날은 애플의 맥북 에어 출시일.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날에도 중국 시장 진출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애플에게 중국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를 느꼈다고 자쿠어는 회고했다.
 
이 같은 잡스의 결단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음이 훗날 실적으로 증명됐다. 2009년 2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과의 제휴로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인 애플은 2012년 차이나텔레콤으로 판매 루트를 확장한 데 이어 2014년부터는 중국 통신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5%도 채 되지 않았던 중국 내 아이폰 점유율은 지난 7월 기준 19%까지 확대됐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6S'의 첫 주말 판매량이 1300만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번에 처음으로 1차 출시국에 포함된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판매량이 200만~2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내 아이폰 수요 전망은 애플의 주가 향방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맥북 에어가 출시되는 순간에도 중국 시장 진출을 고민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소비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애플스토어 앞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 (사진=뉴시스/신화)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은 애플 뿐 만이 아니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물론 P&G, 유니레버 등 생활용품 기업과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음식료 기업들도 모두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13억 명에 이르는 내수 시장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올들어 경기 둔화세가 두드러져 소비 시장 전반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소비 주도 성장에 꾸준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이유다.
 
◇농촌 구매력 확대와 로컬 브랜드 약진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 시장을 견인할 성장 키워드로 농촌, 로컬, 온라인을 꼽는다. 지금까지 중국 내수를 동부 연안의 대도시가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소비자가 중심이 돼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치약, 샴푸, 화장품, 세제, 플라스틱 제품 등 비싸지는 않지만 소비 속도가 빨라 구매 빈도가 높은 비내구성 소비재(FMCG)가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를 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여러 통계 수치에서도 확인이 된다. 중국국가통계국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소매판매 금액은 2조489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10.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도시가 10.6%, 농촌은 11.9%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절대 규모로는 농촌이 도시를 따라갈 수 없지만 속도면에서는 앞서는 것이다. 품목별로는 통신기기(29%), 음료(18.1%), 의약품(17.3%)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과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가 중국 내 4만 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도시의 생필품 판매는 2.0% 증가한 데 그친데 반해 중소도시는 7.7% 늘었다. 여기에 기본 생계비만을 버는데 그쳤던 농촌 주민들이 점차 중산층으로 편입될 것이란 전망은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인다. 맥킨지에 따르면 2010년 82%에 달했던 농촌의 기본 생계비 소득자는 2020년 36%로 감소할 것이며 가처분소득이 있는 농촌지역 중산층 비율은 6%에서 51%로 대폭 늘어날 것이다.
 
소비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모든 기업의 경영 환경이 좋아지지는 않을 듯하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칸타월드패널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26개 생필품 항목 중 18개 항목에서 로컬 브랜드들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소비재 상위 10개 브랜드가 모두 로컬 기업이었고 식품, 음료, 생활용품 등 항목별로 살펴봐도 톱3를 모두 로컬 브랜드가 휩쓸었다. 외국계 브랜드가 선전한 항목은 P&G의 세이프가드, 크레스트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개인용품과 화장지, 맥주, 라면 정도였다. 라이언 저우 니엘슨글로벌리테일러서비스 파트너는 "로컬 브랜드는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혁신에 유리하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진입하지 못한 소도시까지 유통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진단했다.
 
◇소셜미디어의 구전 마케팅 효과 공략
 
로컬 브랜드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외국계 브랜드가 낙담할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는 안정성과 품질면에서 해외 브랜드가 더 뛰어나다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 등 통신 인프라의 발달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 유통망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대안이 생긴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칸타월드패널 조사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중국 소비자 중 37%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80%는 모바일로도 최소 한 번 이상 쇼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전체 생필품 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년대비 성장률은 34%에 달했다. 2018년에는 중국 내 전체 온라인 판매 규모는 미국과 유럽의 합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 소비시장의 새로운 추세들을 종합해 보면 소도시나 농촌까지 침투할 수 있는 기억하기 좋은 브랜드를 형성해 물리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보다는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구매를 하는 침투율이 높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친인척이나 지인의 평가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인의 특성 상 소셜미디어의 힘이 클 것이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샤오미의 경우 웨이보를 통해 제품 론칭과 관련된 정보를 알리고, 중저가 호텔체인 한팅호텔은 위챗으로 가상의 멤버십 카드를 발급해 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한 예약 건수만도 6만2000건에 달했다.
 
현지의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와 결합하는 전략도 추천되는 방식 중 하나다. P&G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와 공동으로 실시한 멀티채널 광고가 좋은 사례다. P&G는 스킨케어 브랜드 올레이의 마케팅에 앞서 바이두의 빅데이터 분석 정보를 이용해 스킨케어와 노화의 강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25세의 젊음을 지켜줍니다"란 카피를 달아 중년 여성들을 공략했다. 결과는 물론 성공적이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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