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블록딜, 자기직무관련성 없으면 처벌 안돼"
불법 블록딜 처벌 가이드라인 제시
2015-11-30 14:48:48 2015-11-30 14:48:48
사적 친분관계에 있는 지인의 블록딜 거래 청탁을 도와주고 금품을 받은 현직 투자증권 직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최근 불법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블록딜 매매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관계에서 이뤄졌다면 이후 대가로 금품을 받았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함으로써 불법 블록딜의 법적 판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E투자증권 서초지점장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주식거래(블록딜)와 김씨의 직무 사이에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김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판단은 특경가법 5조 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며 "검찰 측 상고이유 주장은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11월 같은 회사 부하직원 송모씨로부터 "지점 VIP 회원 신모씨의 블록딜 거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신씨(매도자)와 지점의 다른 고객 이모씨(매수자)를 이어주고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5000만원, 5000만원 몰수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E투자증권 서초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이 지점의 주요 고객이 소유한 주식 처분과 관련해 돈을 받은 이상, 이 돈은 금융회사 등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과 관해 수수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같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김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김씨에게 소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것"이라며 "김씨가 신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씨가 김씨에게 준 2000만원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 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그 이후 교부한 3000만원은 김씨가 전세자금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던 것을 보고 개인적 친분에서 도움을 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는 이씨를 송씨에게 소개시켜준 것 외에는 주식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주식거래와 김씨의 직무 사이에는 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원심의 유죄판결은 사실을 오인했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의 도움으로 알게 된 블록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래가 김씨가 지점장으로 있는 서초동 지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신씨와 이씨 간 거래는 신씨가 자신의 집에 설치된 다른 증권사의 HTS(Home Trading System)을 이용해 M증권에 개설된 이씨의 계좌로 주식(T사 주식 20만주, 총 19억원)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당시 거래된 주식도 신씨가 차명으로 다른 증권사에 보관하고 있던 주식이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거래는 외형상으로도 E증권이 취급한 주식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김씨가 E증권 서초지점장의 지위에서 취급한 사무가 아니라 E증권과는 무관하게 송씨 등과의 사적인 친분관계 등에 기초해 취급한 사무라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에 이어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불법 블록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은 그간의 수사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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