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 시작되자 경매사의 가격 콜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출품작마다 가격이 순식간에 몇 천, 몇 억원씩 숨가쁘게 올라갔어요. 거래 금액이 크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의 이야기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예술품 시장 '큰손'들의 수집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중국은 201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예술품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 경매시장은 세계 2대, 3대 예술품 경매국가인 미국과 영국시장을 합한 규모와 비슷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중국의 예술품 경매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출판이나 영화 산업과 달리 예술품 시장의 활황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며 느슨하게 통제한다.
현재 중국의 억만장자 수는 596명으로 537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한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흥부자, 즉 예술품 구매력이 있는 슈퍼리치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매에서 고가의 예술품들을 낙찰 받으며 '큰손'임을 과시한 콜렉터들 상당수가 중국인들이었다. 이미 검증된 중국인들의 소비력이 이제 각종 럭셔리 브랜드, 부동산 등을 넘어서 경매 시장까지 발을 들이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예술과 돈이 만나는 경매를 경험하고 싶다면 '보리문화(폴리컬처)'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3일 열린 보리문화(폴리컬처)의 '2015 가을 폴리옥션' 시사회 모습. 중국 최대 경매사인 폴리옥션은 이틀간 판매에서 예상치보다 30%가량 많은 9억 홍콩달러(1348억원)를 벌어들였다. 사진/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예술품 경매 기업
보리문화는 중국의 유일한 옥션 상장사다. 2010년 12월에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인 보리그룹에서 문화기업 육성을 위해 자회사인 폴리문화예술회사(2000년 2월 설립)를 주식제로 전환하고 2014년 3월6일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예술품 옥션(45%), 극장관리(37%), 영화관 투자(17%) 등 3가지 사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예술품 옥션사업의 매출비중이 절반가까이를 차지한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1위, 세계적으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에 이은 세계 세 번째 규모의 경매업체로 성장했다.
보리문화는 옥션사업 외에도 극장 운영 및 관리, 영화관 사업 등으로 다각화를 진행하면서, 실적 안정성이 강화되고 단일 사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축소되고 있다. 중국 예술품 시장이 정부의 반부패 척결 움직임과 유동성 위축으로 2013년부터 거래액이 감소하면서 옥션 매출비중이 2010년 56%에서 45%로 떨어진 반면 정부의 문화산업육성 강화 정책으로 극장(2010년 32%→2014년 37%)과 영화관(2010년 12%→2014년17%)의 매출비중은 늘어나며 단일사업 경기 침체의 악영향이 최소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적은 외형성장에도 수익성이 둔화됐지만 올해 실적은 개선세가 전망되고 있다. 올해 보리문화의 매출액은 2642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한 26억4200만위안, 영업이익은 39% 늘어난 6억6900만위안이 관측된다. 순이익은 45% 증가한 3억8100만위안이 예상된다.
◇중국 경매시장 성장 고려시 리레이팅 기대
20년 전 전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0.5%에 불과했지만 지금 중국 경매시장 규모는 57억달러로 전세계의 37%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중국 옥션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고 전망한다. 중국의 부자들에게 예술작품은 신분 과시용이자 투기 대상이기도 하다. 중국의 저금리도 예술품 투자를 부추긴다. 현대 미술시장의 빠른 성장도 긍정적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84%가 고미술품이고 16%가 현대미술품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푸얼다이(재벌2세) 등 젊은 고객층들이 증가하며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현대미술품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대중들의 접근이 용이해지며 시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경매시장에서는 매년 약 20%의 신규투자자가 유입되며,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와 함께 예술품 투자가 대중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가도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거치면서 보리문화의 주가도 상장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현재 주가는 올해 예상실적 기준으로 PBR은 1배, PER는 10배 전후로 소더비, 서울옥션 등 피어그룹 대비 저평가됐다. 특히,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의 잠재력, 보리그룹이 중앙 정부 산하의 국유기업이라는 점, 경쟁사 대비 낮은 수수료(평균 15%로 글로벌 업체들의 25%보다 낮음), 다원화된 수익구조 등을 감안하면 향후 주가의 리레이팅 가능성 역시 높은 상황이다.
다만, 경기둔화에 따른 매출채권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중국 거시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시장 경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고, 예술품 관련 인력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는 리스크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한 번 사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가격과 상관없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은 '폭발'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보리문화는 업계 선두주자로서 이러한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클 전망이다.
김선영 기자 ksycut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