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다툼 봉쇄하고, 이용발명 못쓰게 하고…글로벌기업 돌비 '갑질계약서' 시정명령
공정위 "돌비 국내 계약서 지위남용 해당" 시정명령
삼성·LG 등 90개 기업 피해
2015-08-05 18:02:22 2015-08-05 18:02:22
글로벌 음향기술 기업 '돌비'와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이 맺은 특허 계약이 이른바 '프랜드 조항(FRAND)'에 부합하지 않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프랜드 조항은 특정 업계에서 사업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표준특허'를 가진 기업이 특허를 통해 횡포를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글로벌 규정으로, 공정(fair)하고, 합리적(reasonable)이며, 비차별적(non-discriminatory) 등 3개 단어의 약어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돌비가 자신의 표준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로열티 계약을 국내 기업들과 체결하면서 쓴 계약서상 각종 조건들이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며 돌비에 시정을 명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돌비와 이같은 계약을 체결한 국내 기업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비롯해 아남전자, 코스콤, 대우디스플레이 등 국내 음향기술 관련 사업자 총 90개를 망라한다.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돌비는 기본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수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돌비가 글로벌 기업인만큼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시정대상이 된 돌비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실제 행위가 아닌 계약서 조항을 설정하는 데 그친 데 비춰 파장은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 대상이 계약서 조항이라는 점에서 다른 경쟁당국이 같은 조치를 내릴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돌비의 위반행위는 총 4가지다. 우선 돌비의 특허에 대한 효력에 부쟁의무를 부과한 조항이다. 부쟁의무란 어느 경우에서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돌비로부터 라이선스를 받는 국내 기업(라이선시)이 어떤 방법으로도 특허의 효력 또는 소유를 다툴 수 없도록 하는 거래조건이 국내 62개 계약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돌비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거나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불공정 계약조건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항은 국내 61개 계약서에 담겼다.
 
돌비가 특허 이용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둔 관련 조항에서 비용 분담기준도 문제가 됐다. 특허 사용 계약에 따라 국내 기업이 돌비에 내야 하는 로열티가 판매 물량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돌비는 이용 기업이 알려 온 판매 물량이 실제 판매 물량과 같은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이 2개 물량에서 차이가 벌어질 경우 돌비는 국내 기업이 손해배상 차원에서 모든 비용을 분담하도록 했다. 특히 이 2개 물량 간 차이가 미미한 경우에도 이같은 조건이 적용되도록 한 점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차이는 국내 18개 계약서에서 '로열티 차액 1000달러'로, 35개 계약서에서는 '매출액 차이 1만달러'로 드러났다.
 
돌비와 계약해서 쓰는 특허를 토대로 해당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자율에 따라 쓸 수 없도록 한 조항도 발견됐다. 통상 표준특허의 경우 기업이 이 특허의 선행발명자 허락을 받으면, '이용발명'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재산권을 취득해 특허로 등록, 자율적으로 관련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돌비는 특허 이용 기업이 취득한 이용발명까지 자신에게만 관련 권리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제3자에게는 줄 수 없도록 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설정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돌비가 이같은 방식으로 이미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거래조건을 수정하거나 삭제해 다시 계약을 맺도록 시정명령을 내린다"며 "다만 이같은 조항이 실제 행사된 사례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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