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제2연평해전 앞두고 北첩보 축소보고 정황
북한군 경비정 도발가능성..'단순침범'으로 분석
실무자가 장관 지시 혼자 판단..주요사항 누락
2014-11-12 19:04:54 2014-11-12 19:04:54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제2연평해전을 앞두고 국군 대북정보수집 부대가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축소 보고한 정황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실무자들이 당시 조성된 남북 화해모드가 깨질 것을 염려한 군 수뇌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최성배 부장)는 12일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 2명과 부상병 2명이 당시 김동신 국방부장관 등 군 수뇌부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한 탓에 제2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당시 군 수뇌부가 북한군 도발 징후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에 따르면,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2002년 6월29일에 보름 가량 앞선 6월13일 국군 대북정보수집부대는 북한군 첩보를 수집해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에 보고했다.
 
14자(字)로 된 특이첩보(북한군의 교신내용)에는 북한해군 경비정의 남하와 관련해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었다.
 
대북정보수집부대는 이 첩보와 함께 북한해군 경비정의 남하의도를 ▲북한해군의 전투검열 판정(허위정보에 의한 북한 해군 경비정의 대응태세 점검) ▲월드컵 등과 관련한 긴장 조성 유도를 위한 활동가능성 배제 불가 ▲우리 해군의 대응활동 점검 등 3가지로 분석한 일일전보보고서를 작성해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에 서면보고했다.
 
당시 정보본부 실무자였던 정모씨는 이날 상황과 관련해 대북정보수집부대의 일일정보보고서 등을 토대로 북한 해군 경비정의 남하의도를 ▲단순침범 가능성 ▲북한 해군의 전투검열판정 ▲우리 해군의 대응태세 점검활동 가능성 등 3가지로 분석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월드컵 등과 관련한 긴장 조성 유도가능성 제외되고 단순침범 가능성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거하면 예하부대에 혼선을 줄 수 있으니 북한 해군 경비정의 남하의도를 다시 정리하라"는 취지로 재정리를 지시했다.
 
그러자 정씨는 김 장관의 지시를 정보분석보고서 분석 내용 중 북한 해군의 전투검열판정, 우리 해군의 대응태세 점검활동 가능성을 삭제해 전파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였고 이날 북한해군 경비정의 남침 의도를 '단순침범'으로 판단한 정보분석 보고서가 예하부대에 전파됐다.
 
이후 첩보의 의미는 더욱 축소됐다. 제2연평해전 이틀 전 대북정보수집부대는 북한 해군경비정의 남하와 관련해 다시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의 15자(字)로 된 특이첩보를 수집했다.
 
실무자들은 두 번째 첩보를 '단순침범'으로 판단해 보고했다. 앞서 올린 첩보 보고가 '단순침범'으로 분석된 데는 정부의 햇볕정책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김 장관의 수정지시가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이후 북한 해군 경비정의 남하의도는 '단순침범'으로 김 장관에게 보고된 뒤  그대로 예하부대로 전파됐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15자 첩보는 내용만 보면 14자 첩보보다 더 심각한 내용이었으나, 대북정보수집부대는 단순침범으로만 분석했을 뿐"이라며, 다만 "북한군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발할 것이 명백하다는 의견을 보고한 사실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두 차례 걸쳐 수집된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을 암시한 첩보는 '단순침범'으로 분석돼 예하부대에 전파됐다.
 
우리 군이 첩보를 잘못 분석한 바람에 북한군의 도발을, 나아가 제2연평해전 발발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제2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한 데 따른 민사 책임을 비켜갔다.
 
재판부는 "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첩보를 근거로 북한의 도발 위험성을 예하부대에 알리고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것이 제2연평해전 당시 장병을 죽고 다치게 할 정로도까지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14자·15자 첩보의 내용은 북한 군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발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알려주는 정보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군이 북한군 첩보를 잘못 해석할밖에 없었던 사정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첩보는 북한군이 우리 군을 속이거나 우리 군의 대응태세와 감청능력을 확인하려고 허위로 만든 것일 수도 있다"며 "북한군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발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연평해전은 북한 해군 경비정이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치러진 2002년 6월29일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참수리정을 기습폭격하며 발발했다.
 
이날 교전으로 우리 해군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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