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제습기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성수기인 여름을 벗어나 비수기인 겨울을 향해 내달리고 있음에도 수요가 회복됐다. 이례적이다.
16일 각 사에 따르면 위닉스(044340)의 지난 9월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월에 비해 20%나 늘었다. 같은 기간 LG전자(066570)의 제습기 판매량도 60% 급증했다. 위닉스와 LG전자는 제습기 시장을 주도하는 양강으로 분류된다.
업체들은 제습기의 용도가 여름 뿐 아니라 건조가 필요한 계절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다, 예상치 못한 가을장마가 찾아오면서 제습기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습기를 실제 유통하는 일선 매장들은 성수기인 여름시즌이 지나간 탓에 각 업체들이 제습기 가격을 일제히 내리면서 재고처리에 나선 것이 판매 증가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왼쪽부터) 위닉스 제습기, LG전자 제습기(사진=각 사)
◇가을장마·높은 습도에 '사계절 가전' 부각
제습기는 대표적 여름가전이다. 장마철 습기를 제거하고 높은 온도에서도 불쾌감을 줄이기 위한 가전제품으로 애용됐다.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올 여름 장마가 늦어지고 그마저 마른 장마에 그치면서 업체들은 울상을 지었다.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해 대규모로 생산했던 제습기가 창고에 재고로 넘쳤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30% 이상 판매량이 줄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때 아닌 가을 장마로 습기가 높아지자 제습기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통 8월 중순 이전에 제습기 장사는 끝났다고 보지만, 기후 자체가 들쭉날쭉하고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9월까지 판매가 이어진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올 여름 비가 안 와 제습기 판매가 저조했지만 9월 들어 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습하고 더운 날씨로 빨래가 안 마르는 등 제습기가 필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제습기가 비록 여름가전으로 알려졌지만 습기와 곰팡이 등을 줄일 수 있어, 사계절 유용한 제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체적으로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이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경우에 따라 습도가 높아지는 환경에서 제습기가 유용하다는 것이다. 침실과 거실의 습도를 유지하거나, 빨래와 젖은 신발을 말리고, 곰팡이와 성에 제거에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장마철인 여름에 팔 수 있는 가전이 에어컨과 제습기 정도로 한정됐만 겨울에는 소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아 상대적으로 눈에 안 띄지만 제습기는 사계절 필요한 제품"이라면서 "제습기가 사계절 가전으로 포지셔닝되어 가는 과정 같다"고 말했다.
◇시즌보다 떨어진 가격.. 판매량 견인
제습기 가격이 떨어진 것도 판매량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 제품은 가격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으로 제습기 판매수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위닉스도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시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모두 재고를 덜어내기 위한 방편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 제습기 가격이 여름시즌보다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생활가전 제품은 주요 시즌에 사는 것이 사은품과 카드 할인 등 부가적 혜택을 고려했을 때 이익이지만, 단순 가격 측면에서 보면 비시즌이 더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LG전자나
삼성전자(005930) 일선 매장들은 값비싼 가전을 구입하거나 혼수제품을 구입시 제습기를 덤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 많다. 지난 9월 LG전자에서 혼수가전을 마련한 직장인 이모(30)씨는 "9월에는 제습기를 증정하는 프로모션이 없어졌다고 했지만 실제는 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 베스트샵을 통해 10% 가량 할인판매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적게는 32%에서 50% 이상까지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서울시내 삼성디지털플라자의 한 직원은 "가격 할인 덕분에 제습기를 찾는 고객이 여름만큼이나 많다"고 말했다.
위닉스 관계자는 "양판점과 할인점, 인터넷 등 모든 채널에서 제습기 판매가 늘었다"면서 "시장을 교란할 정도의 할인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 울상을 지었던 것과 비교하면 표정이 다소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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