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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 483개..전년比 99.5%↓
공정위, 올해부터 프로그램 도입..고리수까지 제대로 된 '첫 파악'
2014-08-27 13:26:16 2014-08-27 17:18:31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올해 7월25일부터 대기업집단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63개 기업집단중 14개 기업이 현재 480여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특히 롯데그룹은 이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복잡·다단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롯데 순환출자 고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6%. 지난 한해 고리 '9만여개'를 대폭 해소했다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먼 것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그간 롯데그룹의 이같은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문제시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30일 주식소유현황을 공개한 1% 이상 순환출자 고리가 "삼성 16개, 롯데 51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확인된 수치(삼성 30개, 롯데 5851개)와 현격한 차이다. 롯데의 경우는 100분의 1수준으로 축소 발표된 것이다.
 
27일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이와 관련 "기존 순환출자 기업집단 수에 더해 지난해부터는 최초로 순환출자 고리 수까지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기업측에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단순 정책데이터 차원에서 협조요청을 했었다"며 "기업들도 그런 차원에서 자료를 작성해 제출하는 과정에서 인력 등이 부족해 오류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자료제출을 요구할 규제 등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수치를 제출한 기업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위원회가 보다 정밀하게 검증했어야 하는데 모든 분석작업을 수작업에 의존하면서 그렇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올해 데이터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출자구조를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올해 신규 지정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3곳의 순환출자 현황을 도식·분석한 결과, 14개 집단이 순환출자를 보유, 그 고리 수가 총 48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출자구조 안에 포함된 계열사는 도합 83개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전체(1675개)의 4.9%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룹별로는 ▲롯데(417개) ▲삼성(14개) ▲현대와 한솔(각 9개) ▲한진(002320)(8개) ▲현대자동차(6개) ▲현대산업(012630)개발(4개) ▲현대백화점(069960)(3개) ▲KT(030200)(2개) ▲현대중공업(009540)·금호아시아나·대림·한라(014790)(각 1개) 등의 순이다.
 
이중에서도 출자비율이 1% 이상인 고리는 총 350개. 여기서도 롯데가 299개(85%)를 차지했다. 삼성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 전부(14개)가 출자비율 1%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솔 7개, 현대와 영풍이 각 6개 등이 출자비율이 1% 이상인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전년에 견줘서는 순환출자구조가 대폭 해소된 결과다. 지난해 4월1일 기준 순환출자를 보유한 집단은 15곳(△1), 고리는 총 9만7658개(△9만7175)였다. 무려 순환출자의 99.5%가 해소된 것. 해소된 고리중 출자비율이 1% 이상인 것은 총 5587개다.
 
신봉삼 과장은 "기업집단 상당수가 규제 시행일(25일) 2~3일 앞서 순환출자 고리를 푼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유지분구조 공개의무를 부과한 것이 기업들에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대한 큰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와 삼성의 소유지분도가 크게 변했다. 롯데그룹은 9만4616개나 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풀었고, 삼성도 2541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신봉삼 과장은 "롯데 계열사 75개 간 지난해 한 주 이상 출자고리 유지한 개수는 9만5033개중에는 출자단계가 17단계에 이르는 것이 527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롯데와 삼성은 단핵구조의 순환출자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데, 단핵구조는 총수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핵심회사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연결돼 있는 형태다"고 말했다.
 
집단별 순환·상호출자 구조 해소 전략은 비슷했다. 계열사 간 지분매각 또는 합병 방식이다.
 
롯데의 경우 계열사 간 지분매각으로 1% 이상 순환출자 고리 5663개를 풀었다. 그러나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쇼핑이 롯데제과 지분(2.5%)을 대홍기획에 매각토록 하면서 일부에서는 순환출자가 오히려 증가(111개)했다.
 
삼성도 계열사간 지분매각과 합병을 통해 1% 이상 순환출자 고리를 20개 해소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지분(4.7%)을 삼성화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4개 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KT 등 나머지 기업집단들도 지분매각 등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 움직임을 보였으나 합병과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변경하면서 일부에서는 고리 수가 느는 사례도 나타났다.
 
신봉삼 과장은 "현대의 경우 현대유엔아이가 현대글로벌의 지분을 취득하고, 현대증권이 현대유엔아이에 유상증자를 하는 등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4개 늘었는데, 올해 7월부터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유사사례가 발생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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