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나 위험자산 투자를 외면하면서 금융권을 떠도는 단기자금이 8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749조원이던 기업과 개인, 기관의 대기성 단기자금이 석 달 새 50조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월 위기설이 사실상 실종되면서 이 자금의 향배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형펀드, 요구불 예금, 은행 시장성 수신(CD, RP 등),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고객예탁금 등 1년 미만 단기자금이 지난달 말 현재 78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권 총수신 1천525조4000억원의 절반 이상인 51.4%에 달하는 규모다.
단기자금 규모는 2006년 말 611조원, 2007년 말 665조8000억원, 지난해 말 749조2000억원 등에 이어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단기자금 집계는 한국은행 등 은행권에서 제외하는 우체국과 산업은행 수신액, 회전식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금감원은 입출금의 변동폭이 큰 단기자금의 특성을 고려해 월 중간 집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단기수신이 지난 1월 5조7000억원, 지난달 29조8000각각 늘어난 추세을 감안해 이달 말 80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단기자금 가운데 증권업계의 MMF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4조원(125조원→129조원), CMA는 2조원(35조원→37조원) 등이 증가한 것으로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했다.
단기자금 800조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경예산을 제외한 올해 정부 연간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284조5천억원의 2.8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거대한 단기자금은 정부의 추경예산이 집행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금융시장이 좀 더 안정되면 증권시장 등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의 장민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놓고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회복 시그널(신호)을 기다리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자금이 줄어들기보다는 정부의 재정확대나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시 오히려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금융시장 여건이 호전돼도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인 부동산시장으로 단기자금이 흘러가기는 어렵고, 주가의 바닥신호를 보고 증시로 이동하거나 안정적인 고금리 은행상품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법인과 개인자금이 7대3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MMF의 증가 추이를 보면 기업이나 가계 모두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을 묻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법인은 대기성 자금을 운용자금으로 쓰게 될 것이고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이나 펀드상품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은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아 최근에도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분위기"라면서 "보다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와야 단기자금이 증시에 투자되고, 나아가 실물부문으로도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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