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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늘만큼 내일이 더 기대되는 지창욱
2014-05-28 15:53:01 2014-05-28 15:57:21
◇지창욱 (사진제공=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드라마 촬영은 다가오는데 예정됐던 배우가 캐스팅을 고사했다. MBC '기황후' 이야기다. 관계자 대부분이 불안했을 것이다. 지창욱이 긴급히 투입됐다. 그래도 불안함은 여전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기대가 안돼'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지창욱은 두 번째 방송부터 얼굴을 비췄다. 소위 말해 '난리'가 났다.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냐는 칭찬글이 앞다퉈 올라왔다. 이후 51회까지 지창욱을 향한 호평은 쭉 이어졌다.
 
쟁쟁한 한류스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타환'이라는 자리. 눈치가 보였고 부담도 될 수 밖에 없었고, 아울러 역사왜곡 논란까지 겹쳤지만 시청률 30%에 올렸다. 지창욱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아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칭찬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다"는 지창욱을 만났다. 마치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에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타환을 닮아있었다.
 
◇지창욱 (사진제공=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기황후' 30% 중 2~3% 정도 몫을 했다"
 
국내드라마 현실에서 51부작을 이끌고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5주의 절반 이상을 밤을 지새면서 촬영하기 때문이다. 스태프들도 힘에 부치지만 주인공들의 체력도 바닥난다. 심지어 대본을 볼 여유도 없다. 적지 않은 분량을 소화했던 지창욱도 그랬다.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냐고 물어보니 '잠과의 사투'였다. 지창욱은 "3시간 정도 시간이 있는데 정말 졸렸다. 대본을 보고 자야할지 바로 자야할지 고민이 컸다.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대본을 봤다"고 말했다.
 
3시간이라는 단잠을 포기하고 대본을 봤다.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 때마다 선배 손현주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고 한다.
 
지창욱은 "손현주 선배님이 '작품하면서 끝까지 네 캐릭터에 책임을 갖고 사명을 다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막판으로 갈수록 그 말이 더 생각났다. 사명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닌 것 같았다. 대본 볼 시간도 없이 촬영하는데, 다 대본을 보는 것 같았다. 지원 누나도 그렇게 분량이 많고 그런데 잠 안자가면서 하는 것 같았다"면서 놀라워했다.
 
지창욱에게 칭찬거리는 많다. 연기 절제, 발성, 표정연기 어느 하나 흠 잡을만한 구석이 없었다.
 
서병기 대중문화평론가는 "연기가 자연스럽다. 좋은 배우의 여러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게 자연스러움인데 지창욱에게는 그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칭찬받을만한 것은 타환의 변화를 완벽히 조율했다는 점이다. 51부 내에서 타환은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타환은 초반부 지질한 왕자에서 중반부 사랑에 빠지며 조금씩 어른이 되고, 후반부 광기를 보이는 인물로 변화한다.
 
이 드라마는 중반부부터 쪽대본으로 진행됐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감정선에 흔들림이 없었다. 완벽하고 치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창욱은 "대본을 정말 더 많이 봤다. 뒷 얘기를 아는 것도 아니고, 참 유독 계산을 많이 했어야 했던 작품이다. 2회의 타환과 25회의 타환은 완전히 다르고 마지막회는 더 많이 다른 사람이다. 감독님과 회의도 많이 하고, 선배들에게 물어도 많이 물어보고, 고민도 정말 많이 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창욱이 '기황후'의 20%이상을 벌었다는 농담도 종종 들렸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직접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물어봤다.
 
"2~3%"라고 짧게 답했다. 너무 적은 양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니 천천히 입을 뗐다.
 
"우리 드라마에는 인물들이 굉장히 많다. 그정도면 아주 후한 점수인 것 같다"고 말한 지창욱은 "주인공들이 돋보이지만 수많은 조연배우들이 뒤에서 잘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소 진부할 수 있었던 대답이이지만 진정성이 있었다. 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진심에서 꾸준히 발전하는 20대 남자 배우의 미래가 엿보였다.
 
◇지창욱 (사진제공=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지창욱이 말한 하지원은 '긍정의 아이콘'
 
사실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 배우 히트메이커 하지원을 만났기 때문이다. 현빈, 조인성, 소지섭 등 대부분의 남자 배우들이 하지원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지창욱에게 쏟아진 찬사는 물론 지창욱이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남자 배우를 돋보이게 해주는 연기력을 가진 하지원을 만난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원 누나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말한 지창욱은 "히트메이커고 연기를 잘하는 것을 다 떠나서, 후배로서 그 선배를 봤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하지원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늘 편하게 즐겁게 촬영을 했다. 사람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 역시 배울 점이었다. 짜증을 낼 법한 상황에서도 하지원은 늘 웃었다고 한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웃더라고요."
 
그러면서 지창욱은 "지원 누나는 시청자들이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시크릿가든'처럼 전작들이 잘 된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나를 믿었던 부분들도 많았고, 작품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했다. 정말 잘 배웠고, 잘 놀았다"고 웃어보였다.
 
◇지창욱 (사진제공=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노출.."아직은 때가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20대 배우는 물론 60대의 김해숙도, 80대의 이순재도 다양한 역할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지창욱 역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노출은 어떨까.
 
최근 영화계에서 남자 배우들이 옷을 벗고 있다. '인간중독'의 송승헌도, '황제를 위하여'의 이민기도 그랬다.
 
"사실 최근에 노출도 있고 센 영화가 하나 들어왔다"고 말한 지창욱은 "아직은 좀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옷을 벗는 수준이 아니라 나를 다 보여준다는 게 자신이 없다. 과연 이걸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솔직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모든 작품에서 발전하고 '기황후'에서 봉우리를 터뜨린 지창욱. 분명 오늘만큼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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