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한 행사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헝다그룹)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축구팬이라면 '광저우 에버그란데'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FC) 결승전에서 한국의 FC서울을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쥔 중국의 신흥 명문 구단입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축구 후진국'이라는 중국의 오명을 떨쳐내기 위한 선봉에 서있는데요, 그 뒤에는 쉬자인(許家印) 구단주가 든든히 버티고 있습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2009년 쉬자인 구단주가 운영하는 헝다그룹에 인수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2010년 이후 투자된 금액만도 무려 15억위안(약 2600억원)에 이릅니다.
2000년대 중반만해도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오가는 변변치 않은 실력을 보였던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급기야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돼 해산 직전까지 갔었지만 쉬회장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살아난 것입니다.
당시 쉬 회장은 3~5년 안에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AFC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세계 정상급 선수 영입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모습을 빗대 '중국의 맨시티'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쉬 회장이 구단 운영에 거액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있었겠지만 중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력가라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신차이푸(新財富) 집계 결과 쉬 회장은 351억위안(약6조1000억원)의 자산으로 중국 6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그가 이끄는 헝다그룹은 연간 매출액만 923억위안(약 16조원)을 상회하는 최고의 부동산 개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사실 쉬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여느 부동산 재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허난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창업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했습니다.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부동산 시장에서 부를 축적했습니다.
본격적인 창업 이전 영업 사원으로 현장 경험을 먼저 쌓은 점, 고급 아파트에 주력하기 보다는 서민들이 살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집을 짓겠다는 경영 철학을 내건 점 등은 독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 경제 발전의 전형적인 수혜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주목받는 부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 환원에도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쉬 회장은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 리포트가 선정한 중국의 자선사업가에 9년 연속으로 뽑혔습니다.
가난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일까요? 그는 사회 환원 중에서도 특히 교육에 열을 올렸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오지에 학교를 지어주는 '희망 프로젝트'에 100만위안(약 1억7300만원)을 쾌척했고, 수 십명의 부모없는 아이들의 아빠가 돼 주었습니다. 당시 지원을 받은 학생들은 이미 대학을 졸업해 어엿한 사회인이 됐습니다.
이 밖에도 쉬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농촌 오지 지역 가정을 돕기 위한 소액 대출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8년 수 많은 사상자를 냈던 원촨대지진 당시에는 천만위안을 내놓아 기업들이 기부 행렬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광저우 구단 인수도 시작은 '중국의 국가 스포츠를 육성하겠다'는 사회 환원 의지에서 비롯됐는데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유치, 세계 여자 탁구선수권대회 후원, 중국 최초 여자 프로 배구팀 신설 등 스포츠계에 대한 기여도 적지 않습니다.
헝다그룹은 엔터테인먼트,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모두 이윤을 추구보다는 사회에 대한 기여가 우선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회 활동이 인정돼 쉬자인 회장은 작년 3월 열린 전국 정치협상회의에서 상무위원으로도 선출이 됐는데요, '부자들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받는 정협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지도 기대가 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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