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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자' 김모씨 '작심 유서'..돈 문제· 배신감 작용한 듯
"국정원에게 받을 돈 있다..아들아 소송해라"
첫 소환때만 국정원 요원이 안내 이후에는 혼자 다녀
2014-03-08 09:00:00 2014-03-08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시 간첩 사건 증거 위조' 의혹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측 협력자였던 김 모씨(61)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씨가 지니고 다니던 노트 4장 분량의 유서에는 아들 등 가족에게 남기는 내용 외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에게 전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씨가 작심한 듯 국정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협력자'로 일하다가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작심 유서'를 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유서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고 아들에게 전했다. 2개월치 봉급600만원과 가짜서류제작비 1000만원이다. 이 외에 별도의 수고비도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김씨를 최근까지 상당기간 정보원으로 고정 고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2개월치 '봉급'이라는 표현이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또 '가짜서류제작비' 부분은 김씨가 국정원측에 넘긴 문서가 가짜임을 암시한다. 당초 국정원 지시나 묵인으로 가짜서류를 제작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가짜서류를 만들어 건넨 것인지가 쟁점이었으나 국정원은 자신들도 몰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7일 "김씨가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중국 측으로부터 발급 받았다며 건네줘 진본이라 믿고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비용과 봉급 등 '돈 문제'를 둘러싸고 김씨와 국정원측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날 "'삼합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 입수 비용은 김씨에게 이미 지불했고, 유서에 나온 '가짜 서류제작비 1000만원'과 관련된 문건은 '답변서'와는 전혀 별개"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1000만원은 '답변서'가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진술을 검찰에 해주는 대가로 김씨가 요구했다는 것이 국정원 해명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문건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요구금액을 즉시 지급하지 않고 유예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깨끗하지 않은 돈'이라고 지칭한 것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씨는 유서에서 아들에게 "(국정원으로부터 받을 돈은)깨끗하게 번 돈이 아니야. 그래도 주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이니 받아서 한국 시장에 앉아서 채소 파는 할머니들께 드려"라고 당부했다.
 
'깨끗하게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은 김씨가 '삼합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불법적으로 입수했거나 또는 위조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또 유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이라며 "개혁보다는 바꾸는 것이 좋겠다"면서 국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조원'은 누리꾼들이 국정원을 '국가조작원'으로 희화시켜 부르는 말의 준말이다.
 
이 같은 김씨의 유서 내용을 종합해보면 서류 입수와 관련된 비용과 대가 등 '돈 문제'를 두고 국정원과 김씨 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조 문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국정원이 김씨를 강하게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김씨를 통해 삼합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확인서(답변서)를 받아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했지만 곧바로 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도 검찰 소환 조사에서 답변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김씨로부터 받았을 당시 문건이 진본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3차례에 걸친 검찰의 강도 높은 소환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김씨가 강한 배신감을 품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처음 소환됐던 지난 1일 딱 한번 국정원 요원의 안내를 받아 검찰에 출석했다. 그 외에는 김씨 혼자 왔다"고 말했다.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왼쪽)와 국정원 마크.ⓒ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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