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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투심 '꽁꽁'..IPO 시장까지 '타격'
2013-12-13 14:29:05 2013-12-13 14:35:37
[뉴스토마토 박수연·서유미 기자] 코스닥 지수가 연일 500선 아래에서 답보 상태다. 6개월만에 최저치다. 외국인과 개인은 물론 기관까지 철저히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같은 코스닥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IPO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상장예정이었던 기업들이 잇따라 철회를 하고 있다. 연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던 IPO 시장이 급격히 식고 있고, 올해 상장했던 공모주들의 주가도 신통치 않다.
 
◇코스닥지수 6개월만에 '최저'..투심도 '바닥'
 
지난 10일 6개월만에 500선이 무너진 코스닥지수는 이후 3거래일째인 12일까지 500선을 뚫지 못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0.86포인트(0.17%) 오른 495.64에 마감했다. 지난 6월 493.07을 기록한 이후 삼일 째 500선을 하회하며 바닥을 걷고 있다. 이날 개인은 280억원을 내다팔았다.
 
글로벌 유동성이 원활해지는 조짐을 보이며 코스피 중심의 대형주가 부각되자 상대적으로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실적 부진 ▲거래량 침체로 인한 수급 악화 ▲한풀꺾인 정부의 코스닥 부양 의지 등이 코스닥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스닥 거래주체인 기관의 매도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6000억원을 사들이며 매수 공세를 벌였다. 반면 하반기 들어서는 86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하반기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도 9000억원대에서 현재 7000억원대로 감소했다.
 
거래대금 부진도 매수세를 약화시키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올 상반기 내내 4억주를 상회하며 나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7월 이후로 점점 하락추세를 보이며 2억주대로 뚝 떨어졌다. 이번달 기준 일평균 2억8000만주를 기록 중이다.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14조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의 주축인 IT업계의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실제 IT부품주의 실적은 매분기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초 미국, 일본 중국 등 신정부 효과, 현 정부의 벤처 육성 의지로 중소형주에 훈풍이 불며 코스닥이 강세를 보였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갤럭시S4 판매부진에 따른 IT부품 투자심리 위축과 실적 실망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코스닥시장에서 추세적 상승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개선되지만, 코스닥 지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당분간은 가계 자금의 증시 유입도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불황속 상장철회 기업 속출..'공모가 부적절·흥행 부담'
 
이같은 전반적인 시장 위축 속에 코스닥 문턱을 밟았다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침체, 기대치보다 낮은 공모가 산정, 공모시장 우려감, 기관투자가들의 보수적 시각 등이 상장철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5일 동우HST, 9일 하나머티리얼즈가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11일에는 오이솔루션도 상장철회 공시를 냈다. 일주일새 무려 3건의 상장철회다. 업계에 따르면 세 곳 모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예상밴드 하단을 뚫으며 기대에 못미치는 공모가를 산정받았다.
 
서원교 하나머티리얼즈 대표는 "공모가 상단을 원했지만 그에 못미치는 하단에 그쳐 이런 가격으로 굳이 지금 상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회사가 철저하게 재평가받길 원해 이번 상장을 철회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용관 오이솔루션 대표도 "IPO시장의 불황으로 투자자의 기대가 낮아지면서 예상외의 수요예측 결과를 받았다"며 "장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이번 청약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철회 배경에는 무엇보다 흥행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이번 상장철회 기업중에 IT반도체 관련업이 있다는 것은 IT·반도체 불황상태인 현재 코스닥 업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보통 기업의 경우 6개월, 1년 단위로 중장기 전망을 하기 때문에 길게 봤을 때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관투자가들의 보수적 시각도 한몫했다. 한 증권사 IPO팀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상황 악화로 기관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코스닥시장과 새내기주의 주가 흐름도 부진한만큼 이 시기는 피해보자는 계산에 상장을 미루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공모주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올해 상장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도 힘을 못쓰는 모습이다. 이날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18개 기업 중 12개사가 상장일 종가대비 상당폭 하락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굳이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증시입성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재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증권참여자도 제한돼 예탁금, 거래량 모두 다 줄고 있고 개인투자자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 등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들이 굳이 지금 상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머티리얼즈는 내후년 코스닥 시장 재입성을 노린다. 오이솔루션 역시 안정적인 실적을 쌓고 난 뒤 상장을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다만 동우HST는 무기한 상장 철회 입장이다. 동우HST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고 전방산업이 침체됐기 때문에 상장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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