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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만 바뀔 뿐인데..다시 불붙은 담뱃값 인상론
2013-11-14 16:54:31 2013-11-14 16:58:0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잠잠하던 담뱃값 인상론에 다시 불이 당겨졌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연내 담배가격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흡연자들의 담뱃값 인상 반대가 여전한 가운데 국민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문 후보자가 담뱃값으로 복지재정 부족분을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문형표 후보자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 흡연 억제와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적정한 범위 안에서 담배가격을 인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문 후보자는 "임기 내 담뱃값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질의에 "담배로 인한 건강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높기 때문에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의 주장은 전임인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진 전 장관은 지난 5월 "지금은 담뱃값을 올리 시기가 아니다"며 "서민의 물가부담 등을 고려할 때 올해는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문 후보자가 담뱃값 인상 가능성을 밝히면서 한동안 조용하던 흡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복지부가 연내 담뱃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또 담배가격 인상 방안이 나오고 있다"며 "담배값 인상논의는 흡연자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최대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의 담뱃값 인상 반대 시위(사진=아이러브스모킹)
 
그러나 흡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연내 담뱃값 인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담배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3월 담배가격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이만우 의원도 최근 "흡연율을 낮추려면 가격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해 담뱃값 인상론에 힘을 보탰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합리적인 담뱃값 정책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야 한다"며 "담배가격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없고 흡연자를 위한 배려가 사라진 급진적 가격 인상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 반대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타이밍이다.
 
문 후보자가 준조세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다 정부가 복지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담뱃세는 지방세여서 복지재원마련을 위해 아우성인 지자체를 설득하기도 좋다. 자연스럽게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담뱃값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담뱃세는 가장 역진적인 세금으로 담뱃값 인상은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한다"며 "정부가 부족한 지방세와 복지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서민 부담을 늘린다"고 지적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내년부터 4년간 100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연간 12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이런 불합리한 세수확보를 위한 담뱃값 인상은 국민에 '증세는 없다'고 말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여론이 끓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유보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배가격은 민감한 사항인만큼 아직 검토 중"이라며 "문형표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인사청문회 단계의 소신 발언이므로 정책적으로 반영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러브스모킹이 소속 회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적정 담뱃값 인상액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9.5%(685명)가 500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답했으며 김재원 의원이 제안한 2000원 인상안에 찬성한 수는 2.6%(20명)에 그쳤다.
 
◇국내 최대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이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적정 담뱃값 인상액' 조사(上)와 '담뱃값 인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 조사(下)(자료=아이러브스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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