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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의인터넷뒤집기)한국형 SNS 몰락은 누구 탓일까요
2013-11-10 15:46:51 2013-11-10 15:50:10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국내 포털업체들에게 2010년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해였습니다. 이미 판도 정리가 끝나고 시장 고착화 현상이 이어졌으나 미국 인터넷업계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마이크로블로그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트래픽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순방문자수에서 검색업체 최강자인 구글을 제치며 위세를 떨쳤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슬금슬금 한국어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포털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습니다. “인터넷산업은 누가 더 이용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냐에 달린 제로섬 게임”이라는 업계 통념에 비춰봤을 때 분명 대항마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각각 한국형 SNS를 내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음(035720)의 ‘요즘’, SK컴즈(066270)의 ‘씨로그’, KTH(036030)의 ‘아임iN'입니다. 이들보다 좀 더 눈치가 빠른 NAVER(035420)는 일찌감치 비슷한 류의 서비스인 미투데이를 인수했고,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페이스북, 트위터에 맞서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요즘과 씨로그는 제대로 꽃을 펴보지도 못했고, 아임iN과 미투데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봤지만 트래픽 정체 및 수익모델 마련 실패로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그렇다면 실패원인은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글로벌기업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자본, 기술, 서비스 운영에 밀려 불가항력(不可抗力)이었다”는 주장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운영업체측이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반론을 제기할까 합니다.
 
첫 번째 주장과 관련해 “글로벌기업에게 밀렸다”는 맞지만 자본력이 부족했다는 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모두 한국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사를 만들긴 했지만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보고 들어간 것이지, 처음부터 돈을 들여 ‘육성’하겠다는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울러 기술 및 서비스 운영에서 밀렸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역량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포털업체들도 나름 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강아지도 제 집 앞마당에서는 용감하다”고 빠른 시장대응이나 이용자 니즈파악 용이 등 여러 가지 홈그라운드로서 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운영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을까. 이 또한 아니라고 봅니다. 네이버는 미투데이를 키우기 위해 무려 수백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썼으며, 다음과 SK컴즈 또한 언제든지 좋은 신호가 나타나면 과감히 돈을 풀겠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전망이 좋지 않으니 접은 것이죠.
 
결과적으로 한국형 SNS가 실패한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담당자들이 ‘사업을 못해서’입니다. 트렌드를 너무 늦게 인지했고, 서비스 또한 ‘베꼈다’ 싶을 정도로 외국서비스들과 너무 유사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차별화 운영전략 또한 없으니 잘 되지 않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업체들은 일찌감치 접고 다른 것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수치를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는 말처럼 실패를 인정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업은 잘 될 수도,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잘 되지 않았을 때 겸허히 실패를 인정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분명 이것은 나중에 사업을 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됩니다. 하지만 실패책임을 외부에 돌리려고 한다면 발전은 요원하고 불안감은 지속될 것입니다. 
  
◇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미투데이 (사진제공=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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