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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中企 `해외규격인증` 장벽 못넘어 좌절 많다
2013-06-28 14:10:36 2013-06-28 14:13:27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미·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이 늘고 있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중소기업은 '해외규격인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376개 중소기업 중 47.1%가 제품을 만들고 나서야 해외규격인증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건을 만들고도 해외규격에 맞지 않거나 인증을 얻지 못하면 수출 자체가 막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70%가 넘는 중소기업이 수출 계약 과정에서 바이어의 요구로 해외규격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정부의 정보제공과 홍보가 시급했다. 이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 진출과 판로 지원을 위해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규격인증은 세계 각국이 제품과 시스템, 서비스 등에 대해 표준·기술규정을 설정하고 이에 충족하는 제품만 인증하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 등은 국민의 안전과 산업보호를 위해 표준·기술규정 등을 무역기술장벽 삼아 경쟁적으로 강화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기술표준원 무역기술장벽(TBT) 중앙사무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세계무역기구에 통보된 TBT와 기술규제에 관한 특정무역현안(STC)은 각각 1560건과 90건으로 점차 증가세였다.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및 기술규제에 관한 특정무역현안(STC) 제기 현황(자료제공=국제무역연구원)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EU, 일본 등의 인증은 소비자 건강과 안전 분야에 집중됐다. 미국 내 전기전자제품에 붙는 UL(Underwriters Laboratories)마크나 EU의 CE(Comunauté Europeénne)인증, 일본의 PSE(Product Safety Electrical)마크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품이 전자제품과 기계류 등에 집중된 점을 생각하면 해외규격인증 획득이 필수인 셈이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해외의 무역기술장벽 강화에 대응하려면 적극적이고 선제적이어야 한다"며 "인증을 받으면 기업 신뢰도와 제품 이미지가 올라가 시장개척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륙별 무역기술장벽(TBT) 현황(2011년 1월~2012년 12월)(자료제공=기술표준원 TBT중앙사무국)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의 해외규격인증 취득을 돕기 위해 우선 수출 준비단계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을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서 10개 중소기업 중 7개 곳이 수출 과정 중 인증의 필요성을 알 만큼 홍보가 부족해서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기술표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중소기업청 등이 종합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활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인증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새로 갱신된 규격제도 및 관세행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관계부처와 협조해 중소기업에 이를 제공하고 인력을 교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시험기관에서 발행한 성적서가 해외규격인증 획득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시험장비를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1200여개의 시험기관이 있지만 여기서 발급한 성적서는 국제 신뢰도가 낮아 해외에서 인정이 잘 안 된다"며 "중소기업이 외국에 시험성적을 의뢰하는 바람에 비용과 시간이 과다하게 소모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초기에 예산을 많이 쓰더라도 국내서 시험 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외로 나가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받은 인증을 EU에서도 쓸 수 있고, 중국의 인증을 일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상호인정협력(MRA, 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을 맺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미·EU 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따라 국가 간 중복해서 무역협정을 맺게 되는데 이 때마다 따로 인증을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서다.
 
기표원 TBT중앙사무국 관계자는 "MRA는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장점이 있어서 FTA를 맺을 때 MRA를 협정 내용에 포함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이를 중소기업에도 홍보해서 기업에 헛걸음하는 수고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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