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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간제일자리 증가, 女취업 관계없다..박근혜 '주객전도'
네덜란드 여성 , 두터운 사회 보장 덕에 시간제 선택.."여성취업율 저조는 후진적 육아 시스템이 원인"
2013-05-30 01:16:34 2013-05-30 01:19:2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근로자’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유럽, 특히 네덜란드에서 여성 취업률이 높은 이유를 시간제 일자리가 많아서라고 주장하며, 우리나라에도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양한 해외 연구 보고서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가 모델로 삼으려는 네덜란드 정부는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낮추고 정규직화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 朴대통령 '좋은 시간제 근로' 주객전도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시간제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그런 (시간제)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들도 좋은 일자리들이다. 일하는 사람이 자기 필요에 의해서 4~5시간 동안 역량을 발휘해서 일하고, 대신 차별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는데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며 취업률을 7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초 ‘고용률 70% 달성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로드맵에서는 OECD 국가 중 네덜란드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이유로 여성 취업을 꼽았고 네덜란드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성의 파트타임 일자리는 우리나라가 전체의 18% 수준인 반면 네덜란드는 60%로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할 만큼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비율이 높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가 많아지면 여성 취업이 늘어난다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은 주객이 전도됐다.
 
◇ 유럽 여성 취업률, 시간제 일자리 관련성 낮아
  
네덜란드 통계청은 2009년 네덜란드 여성 취업률이 71.5%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여성 취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니다.
 
같은 해 덴마크의 여성 취업률은 73.4%로 가장 높았다.
 
 
시간제 일자리, 여성 취업률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 덴마크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네덜란드와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두 나라의 시간제 일자리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유럽 시간제 일자리 연구조사'에 따르면 2009년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48.3%였다. 시간제 근로자 중에서 여성의 비중은 76%에 달했다.
 
반면 같은 해 덴마크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26%로 네덜란드의 3분의 1에 그쳤다.
그 중 여성은 38%에 불과했다.
 
스웨덴과 독일, 영국도 덴마크보다 시간제 일자리 비중과 여성 비중이 더 높았지만, 전체 취업률은 덴마크보다 더 낮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유럽에서 여성 취업률과 시간제 일자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더 확연해진다.
 
몰타와 이탈리아는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각각 11.3%, 14.3%로 EU의 27개 국가 중 중상위권이다.
 
그러나 몰타의 여성 취업률은 40% 미만으로 유럽 국가 중 꼴찌고, 이탈리아는 40% 초반으로 몰타 바로 앞이다.
 
반면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8.4% 밖에 안되는 싸이프러스의 여성 취업률은 60%를 넘는다.
 
◇ 우수한 사회 보장 시스템이 시간제 근로 확대
 
유럽에서도 네덜란드의 여성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연구 대상이다.
 
보고서들은 공통적으로 네덜란드 여성들의 생활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8년 많은 시간제 근로자, 특히 높은 여성 비중을 노동 시장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고, 소득세를 낮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제연구소 VOX는 2009년 ‘네덜란드 여성 시간제 근로자’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정부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2001년 소득세를 낮췄을 때 주당 근무시간은 0.4시간(2%) 밖에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네덜란드 여성 시간제 근로자의 4%만이 정규직 전환을 바랄 만큼 직업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 여성 시간제 근로자 중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비율은 독일과 덴마크가 15%, 프랑스와 스페인은 30%였다.
 
이 보고서는 네덜란드 여성 시간제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높은 이유로 생활에서 금전적 부담이 적은 것을 꼽았다.
 
네덜란드에서 일상 생활에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40% 미만인 반면, 여성의 정규직 비중이 높은 다른 유럽 국가들은 50% 이상의 여성들이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보고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네덜란드 시간제 일자리에는 전문직 비중이 높고, 네덜란드 여성들이 일보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높은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원인으로 꼽았다.
 
네덜란드 정부의 노력도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높아진 이유다.
 
유럽 시간제 일자리 연구에서는 “네덜란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장기간 계속적으로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 1993년 모든 직업에 최저 임금•사회 보장 적용 ▲ 1995년 임시직 근로자 단체협약 체결 ▲ 2000년 시간제 근로자 권리법 제정 ▲ 2001년 소득세 인하로 시간제 근로자 세후 임금 상승 등을 네덜란드 정부의 노력으로 꼽았다.
 
◇ 여성 취업률 저조, 후진적 보육 시스템 탓
 
시간제 일자리 부족을 여성 취업률 하락으로 보는 박 대통령과 정부와 달리 미국 코넬 대학의 프랜신 블라, 로렌스 칸 교수는 여성 취업률 하락의 원인을 사회 보장 미비에서 찾았다.
 
두 교수는 1990년 이후 미국의 여성 취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크게 높아진 사실을 지목했다.
 
 
두 교수는 “1990년 미국의 평균 육아 휴직은 37.2주였지만 2010년에는 12주로 줄었다. 반면 미국외 국가는 육아 휴직이 57.2주로 늘어났다. 또 미국외 국가들이 1990년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임금의 26.5%를 지급하던 것에서 2010년에는 38%로 높였지만, 미국은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09 유럽 시간제 일자리 연구 보고서는 “저렴하고 우수한 육아 시스템은 부모들이 정규직을 갖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아에 비용이 많이 들면 부모 중 한명이 정규직을 포기한다. 나라에서 공공 육아 서비스가 없고 비싼 사립 육아 서비스만 있는 경우에는 어머니들은 임금 수준이 낮은 시간제 일자리를 얻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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