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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재정절벽)④정치에 요리당한 영혼없는 공무원
2013-04-01 09:00:04 2013-04-01 09:00:37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한국판 재정절벽'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를 통해 처음 언급됐다.
 
청와대는 특히 재정절벽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균형재정 목표 고수를 꼽았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사진 오른쪽)은 "국세수입의 경우, 경기둔화와 균형재정 목표 등으로 12조원 수준의 세입부족이 예상된다"며 "정부안 제출 이후 성장률 하락으로 약 6조원의 세입감소 요인이 발생했으나 감액없이 정부안대로 예산안이 통과됐다"고 세입여건 악화의 배경을 전했다.
 
경기둔화를 함께 언급하기는 했지만, 균형재정 목표를 고수한 이명박 정부를 사실상 직접 비판한 것이다.
 
조 수석은 "작년에 통과된 올해 세입 예산에서 상당한 '과다 계상'이 있다"며 "세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세입 감경 추경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재정절벽 우려를 표시한 기획재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은 31일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해) 상황을 잘 파악해서 전망했더라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정책이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MB정부 예산편성을 우회 비판했다.
 
문제는 이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지휘자들이 불과 한달 전까지는 MB정부의 경제정책 브레인이었다는 점이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조세정책 브레인인 한국조세연구원장을 지냈고, 현오석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연임까지 해가며 경제정책 브레인 역할을 했다.
 
MB 정부에서 제대로 된 비판한번 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정부가 바뀌자 스스로 자기부정을 하고 있는 셈.
 
현 부총리는 KDI원장시절인 지난해 6월 공식석상에서 "하반기부터 견실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경기전망을 밝게 내다보며 "현재의 거시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KDI는 지난해 9월까지 3.6%의 높은 성장률을 전망치로 내놨다.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고 경제정책을 마련한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자기부정도 민망할 정도다.
 
29일 조원동 수석과 동시에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재정절벽 우려를 전한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해 예산실장으로 예산안을 직접 지휘, 편성한 인물이다.
 
이 차관은 "산업은행 지분매각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연내 매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9월 당시 예산실장이던 그는 산업은행 지분매각을 통해 세외수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똑같은 위치에서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해 경제정책방향과 박근혜 정부의 첫 해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해 발표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자기부정 지적에 고개를 떨궜다.
 
최 국장은 28일 경제정책방향 발표시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전망이 잘못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얼마나 민생이 어렵고 힘든지부터 철저히 파악하고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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