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권리찾기(59)질문표에 없는 병력 알리지 않아도 보험금 지급해야
"악의적·고의·중대 과실로 고지하지 않았음을 보험사가 입증해야"
2012-10-19 11:32:10 2012-10-19 11:33:32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010년 1월 이 모씨는 암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손해보험에 가입했다.
 
약 1년 뒤 이씨는 산부인과 검사 중 자궁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 '자궁경부의 침윤성 악성신생물' 소견을 받은 것이다.
 
이씨는 결국 그 해(2011년) 3월 자궁 및 림프절제 수술을 받고 국립암센터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고 보험사에 암  진단비와 암·질병 입원비 등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씨가 보험가입전 이미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 소견을 받았음에도 보험 계약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계약전 알릴 의무 위반 및 보험금 지급 거절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씨는 "보험가입전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자궁내 이상 소견을 통보 받긴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추가 검진을 받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이씨는 결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계약 청약서에 명시된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과 이씨가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 소견을 받은 시점 및 검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약전 알릴 의무 항목에는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았거나 그 결과 치료·입원·수술·투약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 '최근 3개월 이내에 마약을 사용하거나 혈압강하제·신경안정제·수면제·각성제(흥분제)·진통제 등 약물을 상시 복용한 일이 있는지 여부',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수술·정밀검사(심전도·방사선·건강진단 등)를 받았거나 계속해 7일 이상 치료 또는 30일 이상 투약을 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 등 현재 및 과거 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열거돼 있다.
 
위원회는 "이씨가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 소견을 받은 시점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5개월 이상 전에 있었던 일이며 이와 관련해 최근 5년 이내에 추가로 진찰·검사 등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계약전 알릴 사항에 열거된 질문 중 어느 사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계약전 알릴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이씨가 보험계약에 필요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는 보험사 주장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사는 "질문표에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에 대한 질문이 없어도 이씨가 이런 사실을 알렸다면 보험계약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이씨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은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어 "이씨가 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 소견이 질문표에 없어도 이씨가 약관상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알리지 않았음을 보험사가 입증해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1년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 등을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원회는 "계약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의 처리는 부당하다"며 "해지처리를 취소하고 암 관련 보험금 3056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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