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고물가, 축산농가는 소값폭락"..우울한 설
식품업계는 정부 압박 감내.."한숨이 절로 난다"
2012-01-11 18:26:31 2012-01-11 18:34:04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오는 23일 민족 최대의 명절 설(구정)을 앞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다.
 
서민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에 비명을 지르고 있고, 축산농민들은 소값폭락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식품 업계도 울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공공연히 식품업계를 압박하다보니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정부 눈치만 보며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강남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40)씨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는 설 제수 용품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가격이 더오르기 전에 설 때 사용 가능한 식품 위주로 제품을 구매할 생각"라고 말했다.
 
◇ 4인용 차례상 준비에 20만1580원..작년보다 5.3%↑
 
실제로 서민들의 고통은 물가지수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필품 102개 품목중 11월 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전체의 68%에 이른다. 11월 상승한 품목(53%) 보다 15%P나 증가한 것.
 
지난해 10월 52%(전 달 대비 +6%p), 11월 53%(+1%p)보다 12월에 가격이 오른 품목이 크게 많아질 만큼 가격 상승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안정세를 보이던 돼지고기 삼겹살은 12월에 전달보다 11.6% 급등했고, 당면(4.6%), 어묵(4.1%), 혼합조미료(4.0%), 콜라(3.8%), 양파(3.5%), 발효유(2.7%)도 올랐다.
 
그나마 배추(-16%)와 무(-8.6%), 치약(-3.5%), 즉석덮밥(-3.0%), 고무장갑(-2.6%), 소시지(-1.2%) 등은 가격이 내렸지만 설 제수용품과는 거리가 멀다.
 
농산물의 급등세는 올들어서도 여전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풋고추(상품) 100g의 소매가격은 지난 10일 현재 1178원으로 7일전보다 180원(15.2%) 상승했으며 청양고추(상품) 100g은 1280원으로 283원(22.1%) 급등했다. 깐마늘 1kg 가격도 6804원으로 3.9% 뛰었다.
 
다만 쌀과 소고기, 닭고기 등은 비교적 안정세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에서 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주요 제수용품 28개 품목의 구입 비용이 작년보다 5.3% 늘어난 20만1580원(4인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만큼 소를 키우는 축산농민들의 시름도 깊다. 소를 키워봐야 사료 값 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의 산지 소값은 지난 2004년부터 계속 올라 2009년 마리당 600만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공급과잉과 수입산 쇠고기 증가 등으로 소값폭락은 점차 현실화됐고, 올해 설을 앞두고 본격화됐다.
 
◇ 소값은 똥값인데 사료값은 금값.."해도 너무한 정부"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1등급 한우 암소 가격이 200만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이상 폭락했다.
 
특히 2010년 11월 24만원하던 젖소 송아지(1개월된 수컷)는 2011년 12월말 1만8000원까지 떨어졌으며 2012년 1월 들어 공짜로 나눠주는 상황이다보니 축산농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서 재가 된 상태다.
 
그 사이 사료값은 1년전에 비해 30%나 올랐다. 게다가 한미 FTA비준은 절벽에 서서 삶의 포기를 고민하는 축산농들을 아예 절벽아래로 떠미는 모양새가 됐다.
 
최근 정부가 수급조절을 위해 저능력 암소 자율도태 때 장려금(정부지원 30만∼50만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정부에 대한 축산농가의 반발과 불신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소 1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영농후계자 유모(35.화성시 봉담읍 양감면)씨는 "사료값은 계속 오르고 고기값은 떨어지니 답답하다"며 "대목인 설이 다가와도 투자한 만큼 기본 매출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또 "어쩔 수 없이 떨어진 값으로 소를 팔아야겠지만 언제 이 상태가 나아질 지, 뾰족한 방법도 없어 미칠 노릇"이라며 "정부가 하는 일이 뭔지, 원래 무능하다손치더라도 이건 해도 너무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식품업계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원재료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설을 앞두고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압박과 국민들의 눈치를 살필 뿐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식품은 원재료에 대한 원가 비중이 평균 40~60% 수준으로 높아 원재료 가격 상승은 곧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지난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으나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대한 압력으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풀무원 등 기업들은 인상 계획을 번복했고 이들을 따라 가격 인상을 시도하려고 했던 다른 기업들은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 식품업계, 정부 압박에 원재료비·인건비 늘어도 한숨만
 
지난해 가격 인상에 실패한 기업들은 올 설을 기준으로 가격 인상을 계획했지만 연초 대통령이 신년 연설을 통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물가관리실명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반기 내 가격 인상은 더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올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물가 안정에 대한 공약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어느 해보다 가격인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원재료비와 포장비 등 부재료비 그리고 인건비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신입사원을 아예 뽑지 않을 수도 없는 분위기라 이래저래 업계에서는 ‘죽을 맛’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자는 분위기가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판관비 감소가 예상되며 정부의 절전 정책과 맞물려 실내 온도를 낮춰 전기세를 아끼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업계는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 중 하나로 올 설 선물세트 매출 확대를 꼽았다.
 
경기침체와 과일 등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공식품 선물세트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잘 살려 악화된 실적을 만회해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는 5만원 미만의 실속세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렴하면서 선호도가 높은 제품위주로 선물세트를 구성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품 가격인상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마당에 대놓고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가격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른 만큼 프리미엄 제품이나 리뉴얼 등 우회 수단을 통해 가격인상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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