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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이스피싱 피해자 소송에 '카드사가 해결하라'
해결책 제시 못하고 카드사 압박..소송 잇따르지만 "구제 어려워"
2011-12-16 11:39:43 2011-12-16 14:36:09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보이스피싱 피해가 속출하면서 카드사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물론 금융당국 내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카드사들이 '피해는 당사자 잘못'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피해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자발적 피해 보상을 운운하며 카드사로 '공'을 넘겨 비난을 받고 있다.
 
◇ 피해자 연이은 소송..금융당국 "피해 보상 어려울 것"
 
16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모임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인터넷 카페에 '보이스피싱 카드론대출 피싱피해자 소송모임'을 조직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자 대표단은 지난 15일 금감원을 방문해 카드사와 금융당국에 피해보상 대책을 촉구하는 진정서도 제출했다. 지난 10일 현재 진정인은 934명, 피해금액은 200억8484만원이다.
 
인터넷 카페에는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31일 한 법무법인을 통한 소송참여 신청이 마감됐지만 이후에도 피해자들이 계속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어 또 다른 법무법인이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금융당국은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카드론 대출 한도를 올리거나 본인확인을 소홀히 하는 등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피해자들이 본인정보를 노출하고 직접 사기범들에게 돈을 입금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본인이 정보를 모두 알려준 상황이고, 어떤 경로로 개인정보가 유출 됐는지 증거가 없다보니 보상은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피해자들로부터 민원신청이 쇄도하고 있어 외부에 법률 자문을 해봤지만 법리적으로는 카드사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에서 새로운 법리를 구성해 줄 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자문의견으로는 (피해자들이 구제받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카드사와 피해자 양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 협의점을 찾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카드사가 자발적으로 나서줘야 하지 않나"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공'을 카드사로 은근슬쩍 떠 넘기는 분위기다.
 
지난 3일 보이스피싱 피해의 충격으로 64세 남성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피해자 구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직접 피해보상안을 마련할 수도 없고, 피해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에게 부담을 떠 넘기는 것은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카드사들이 간편한 시스템으로 고객들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쉽게 돈을 벌어온 만큼 사회공헌 차원에서 피해를 보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사회공헌'을 핑계로 카드사가 자발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서주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친 것.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카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카드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당국의 면피용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수천억에 이르는데 카드사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자발적으로 피해를 보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효성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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