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국제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일때마다 우리나라 은행은 항상 요주의 대상이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건전성을 높일 것을 주문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외환건전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불안이 본격화한 8월 이후 국내은행의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 상승폭이 프랑스 금융기관보다 컸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결국 외환건전성 지표가 개선됐을지라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 외화조달자금 중 유럽계 자금 50%
우선 국내은행이 해외로부터 조달한 자금 중 유럽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위험요으로 꼽힌다.
31일 한은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은행과 해외금융기관간 상호거래 규모는 145조 8000억원으로 국내은행간 상호거래(123조6000억원)규모나 국내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간 상호거래(131조 3000억원)를 모두 웃돌았다.
해외금융기관과의 상호거래는 자산비중(18%)보다 부채(82%)가 훨씬 큰데 이는 국내은행이 주로 외화자금조달 목적으로 해외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있기때문이다.
거래하는 해외금융기관을 국가별로 나눠보면 미국(31.6%) 영국(20.5%) 프랑스(11.3%) 일본(9.4%) 독일(7.4%) 네덜란드(7.2%) 순이다. 최근 국가채무위기로 어려운 유럽계 금융기관과의 상호거래 비중이 50%에 달한다.
이처럼 외화자금조달 중 절반을 유럽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은행이 디레버리징에 나선다면 국내 은행의 충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란 우려도 이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8월 이후 10월 10일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내은행의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은 연중최고치를 경신했고 특히, 우리은행의 CDS프리미엄은 130bp, 국민은행도 100bp 이상 올랐다. 같은기간 유럽 과다채무국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가 높은 프랑스의 BNP파리바(90bp)와 크레디트아그리콜(60bp)의 상승폭을 훨씬 웃돌았다.
◇ 외화채권 99%..현금화 어려워
국내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해외로부터 조달한 자금인 외화채권의 투자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채권 보유현황을 보면 위기 상황에서 현금화가 용이한 선진국의 국공채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외환건전성 악화시 정상적인 매각이 어려운 국내 금융기관, 일반기업, 정부 및 공기업 발행 이른바 한국물 비중은 63.3%에 달하며 특히, 리스크 전이효과가 큰 금융기관물은 50. 3%로 가장 많다.
이러한 투자행태는 개별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분석이 용이하고 수익률도 높아 합리적일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 전체로는 외화유동성 대응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된다. 한국물은 위기가 심화될 때 신용위험이 동반 상승하기떄문에 정상적인 매각이 어려워 현금화하기 어렵기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리먼사태 직후 외화유동성 사정이 크게 악화됐던 지난 2008년 10월중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은 46.7억달러 순상환됐으나 외화채권 매각 규모는 1억9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자산 매각 경우에도 취득가격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처분해야했다. 당시 자산을 매각하지 못한 은행들은 다른 차입을 통해 외채상환을 하면서 극심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려야했다.
한은은 "외화유동성 대응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쪽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물에 대한 투자를 외화채권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외화표시 부채>자산..유동성 우려↑
은행부문의 외화자산·부채의 통화 및 만기불일치 규모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외화자산·부채의 통화 및 만기불일치 규모는 1031억달러 및 627억달러였다. 은행들이 외화표시 부채가 외화표시 자산보다 큰 통화불일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통화불일치가 큰 금융기관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유동성 위기 우려가 부각되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 신용경색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외화조달계획이 무산되거나 해외지점의 차입선 축소 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은행 부문의 외화유동성 위험은 부각될 위험이 크다.
한은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는 높은 대외의존도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될때마다 외환건전성이 악화되는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며 "정부 및 정책 당국은 외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외충격 발생시 자체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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