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2차 발표를 앞두고 생활가전과 식품업종 품목 협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동반성장위원회는 다음달 4일 29개 품목의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9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이에 맞춰 해당 품목별 이해당사자들도 수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선정때와 마찬가지로 자율적 합의가 결렬된 데스크톱PC와 내비게이션, 두부를 포함해 조미김, 어묵 등 생활가전과 식품업종의 품목 대부분이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 데스크톱PC 분야, 이달 회의도 못열어
1차 적합업종 발표 전에도 자율협의에 난항을 보였던 데스크톱PC는 2차 선정을 앞둔 현재까지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조달컴퓨터서비스협회 관계자는 "지난 달 대기업과 2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대기업은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그나마도 이달에는 더 이상의 만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쪽에서 협의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 응할 생각이지만 2차 발표 전까지 협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 내비게이션 분야, 신청업체 수 부족에 '협의체' 구성 불발
적합업종 신청을 놓고 중소기업 내부에서조차 잡음이 일었던 내비게이션은 결국 '신청업체 수 부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체도 구성하지 못했다.
당초 '파인디지털'이 4개 중소업체와 함께 동반위에 내비게이션을 적합업종 품목으로 신청했지만, 1차 발표를 앞두고 한 대기업 OEM 업체가 입장을 철회했다.
때문에 최소 5개 중소기업이 모여야 대기업과 협상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가능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다.
파인디지털은 새로운 중소기업을 추가해 협의체를 구성하게 해달라고 동반위에 요청한 상태다.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아직 동반위에서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며 "지금껏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파인디지털이 이해 관계가 서로 다른 중소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선정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동반위에서 파인디지털의 협의체 구성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요건에 대한 규정은 실무위원회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 디지털도어록, 일부 진전 불구 최종합의 결렬
디지털도어록 역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25일 5번째 실무협의회를 파했다.
실무협의가 계속되면서 대기업인 이지빌의 사업철수 고려, 외국계 기업들의 사업 확장 자제 등으로 대기업이 한 발 물러서며 자율합의가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서울통신기술의 국내시장 철수 문제를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한국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한 발 양보해 서울통신기술에 관계사와 관련된 홈네트워크용 디지털도어록 판매와 해외 판매는 그대로 해도 좋다는 뜻을 피력했다"며 "다만 디지털도어록이 중소기업에서 시작된 품목인만큼 내수 시장에서는 철수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통신기술이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밝힌만큼 더 이상의 실무협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동반위의 최종 결정에 따라 적합업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온정수기·LED, 자율합의 기대 높아져
이온정수기의 적합업종 선정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4일 두번째 협의 자리를 마련했다.
중소 이온정수기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대기업의 입장과 이온정수기는 중소기업 영역이라는 우리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2차회의에서는 대기업이 사업을 계속하되 직접 생산이 아닌 중소기업에 OEM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절충안이 나왔다"며 "2차 발표 전에 절충안을 바탕으로 한 번 더 추가 협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까지 6차례나 모임을 가진 발광다이오드(LED)는 중소기업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의 LED 시장 진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절충안을 찾자는 입장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ED업계는 한국LED보급협회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 금지', '내수 시장 점유율 25% 이내로 제한'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현실적인 대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ED는 이달 말 안으로 7번째 실무협의를 앞두고 있어 2차 발표 전 사실상 마지막 실무협의가 될 이번 회의에서 자율적 협의를 위한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 두부, 풀무원 조합 재가입 놓고 '신경전'
식품 업종 중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품목인 두부는 최근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며 사업과 관련한 실질적인 세부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과거 한국연식품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조합원이었던 풀무원의 조합 재가입 문제를 놓고 풀무원과 조합 간 해묵은 감정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풀무원 측에 조건 없는 조합 재가입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풀무원은 재가입 시 의사결정 지위 보장 등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는 현재 대기업의 요구가 조합법이나 중소기업법 상 수용 가능한 것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다음 단계의 협의가 진행되려면 우리도 일정 부분 풀무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여러 가지 검토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현재 콩가공식품협회 회원사로 풀무원, CJ 등 대기업이 주축인 콩가공식품협회는 두부에 필요한 수입콩 확보를 놓고 연식품조합과 경쟁 관계에 있다.
◇ 어묵, 대기업 한치도 양보 없어 中企 뿔났다!
3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어묵'은 중소 어육연제품업체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이 4번째 협의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자율협의가 무산됐다.
첫 실무협의 때 대기업의 어묵 사업 철수를 주장했던 조합은 2차 협의 때는 한 발 물러나 대기업의 신규 진입 및 시설확장 자제, OEM 금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조합은 3차 협의 때 또 다시 절충안을 제시했다.
신규 진입 및 시설확장 자제는 그대로 요구하되 'OEM 현 생산수준으로 동결', '단체 급식소 시장 철수', '저가제품 시장 진입 자제'를 요청했다.
어육연제품조합은 "지금도 대기업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고가의 어묵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저가제품 시장 진입 자제는 대기업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나머지 요구도 사실상 사업 확장을 자제하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대기업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현재 동반위를 통해 대기업에 2가지 안을 제시한 상태다.
대기업의 신규진입 및 시설확장 자제를 기본으로 '단체급식소 어묵 판매 제한' 또는 '고가 제품만 판매' 중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조합 과계자는 "대기업이 2가지 안 중 하나라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으면 4차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동반위에 전했다"며 "한 대기업은 어묵 판매량이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하지만 중소 어묵 업체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 김치, 대기업 '확장자제'로 가닥 잡혀
생활가전과 식품업종 중 현재까지 자율적 합의에 이른 것은 '김치' 한 품목 뿐이다.
업계에 따르면 종갓집 김치로 유명한 대상, 동원F&B, 풀무원, LG아워홈 등 대기업과 중소 김치업체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은 4차례 회의를 통해 대기업의 '확장자제' 수준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김치업계 관계자는 "중속업체의 기본적인 입장은 대기업의 사업 철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대기업의 확장자제 등 절충안을 마련해 서로 간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 김, 막판 조율 한창
조미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막판 의견 조율이 한창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 지난 19일까지 3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한국해태가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아직 협의 중"이라며 "다음 주 초 한 차례 더 협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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