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금융위기)유럽 '재정위기→은행위기'..최악이 현실로?
2011-10-05 15:05:37 2011-10-05 19:50:17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에 하나 그리스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많은 유럽계 은행들이 무더기로 부실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디폴트와 은행들의 줄도산, 다급해진 여타 금융회사들의 자금 확보 러시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과 이로 인해 기업 및 금융회사들이 도산하는 악순환이다. 
 
이는 현재 유로존 국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인 동시에, 이들 국가가 회생 가능성이 날로 희박해지는 그리스를 살리고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4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유상증자 등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순히 유로존이 그리스 사태 확산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단기 호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 예로 유럽 은행 자본 재구성 소식이 터진 직후 일제히 1~2% 급반등한 뉴욕증시와 달리, 5일 코스피지수는 2% 넘는 낙폭을 보였다.
 
은행 자본확충이 그리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호재는 못된다는 것을 시장이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 덱시아銀, 부도위기 면할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은 프랑스-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은행에 꽂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산 위기에 처한 덱시아은행이 자칫 유로존 금융권의 연쇄 부도를 초래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프랑스 예금공탁금고(CDC)와 우체국은행은 공동으로 덱시아가 보유 중인 800억유로 규모 지자체 자산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와 벨기에 정부도 공동성명을 통해 "덱시아 자금 조달에 보증을 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파산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르 피가로 신문은 "덱시아가 이미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 사실상 해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파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덱시아처럼 그리스 부실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이 도처에 깔려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가 큰 은행들 중 무너질 위기에 처한 곳이 분명 더 나올 것"이라며 "덱시아 파산만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그리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로 전체 비중의 2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영국이 각각 8%와 5%대로 뒤를 잇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프랑스 내 은행들의 부실우려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보유 중인 국채가 서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독일과 영국 은행들도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다.
 
◇ 유로존, 스트레스테스트 실시할 듯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금융기관 자본확충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실우려를 안고 있는 모든 은행들을 구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 가능한 은행을 선별하기 위한 유로존 스트레스테스트가 한 차례 더 수반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임노중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잠식 상태인 은행까지 회생시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로존 정상들이 '선별 기준'을 따로 제시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 은행을 다 살릴 순 없으니 회생 불가능한 은행은 파산수순을 밟도록 하고, 지원 가능한 곳만 선별적으로 추려 지원할 것이란 설명이다.
 
◇ 민간채권단 손실 부담, 과연 답?
 
유로존 국가들은 지난 7월 총 1090억유로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하면서, 그리스 채권 손실분의 21%를 상각해주는 대신 이를 민간 채권단이 메워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유로존은 그리스 지원에 필요한 자금 중 500억유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프랑수와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이 프랑스 민간채권단의 그리스 국채교환 프로그램(PSI) 참여율이 90%를 웃돈다고 밝힐 때만 해도 민간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참여는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리스 국채 21% 상각은 PSI를 통해 오는 2020년 만기인 단기채권을 15~30년 장기채권으로 전환하고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부분적 디폴트'에 해당된다.
 
하지만 전날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함에 따라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 확대 문제가 유럽 금융권을 다시금 옥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유로존 정부들은 차츰 추가 부담을 멀리하는 한편 민간 채권단에 더욱 손을 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선 국채 상각비율을 기존 21%에서 40~50%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로존 내 그리스 국채 보유 비중이 가장 큰 프랑스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벌써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백번 양보해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리스 부실이 채권단으로 전이, '부메랑 효과'가 돼 유로존을 다시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의찬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사태가 보다 악화될 경우 민간에 주어지는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유로존 내에서 제2, 제3의 덱시아은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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