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그리스의 내년 예산안 공개로 6차 구제금융 지원에 난항이 예고되면서, 유럽 사태는 또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이 내놓은 해법 가운데 시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다. 그리스 등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디폴트를 막을 수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처럼 남유럽 국채를 직접 매입해 가격 하락을 막고 채권 보유자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FSF가 가진 4400억유로 규모의 대출 여력은 향후 남유럽 국가들의 추가 구제금융 요청시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EFSF의 증액에서 더 나아가 레버리징(신용차입)까지 일으켜 대출여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룩셈부르크에 모였다. EFSF의 위기 대응능력 확대를 위한 레버리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EFSF, 4400억유로는 부족하다
EFSF는 지난 7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보증 규모를 기존의 4400억유로에서 7800억유로로 확대하는 동시에 실질 대출 여력을 2500억유로에서 4400억유로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고, 현재 각국 의회의 비준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9일 유로존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독일이 EFSF 증액안을 비준하면서 실질적으로 EFSF의 증액은 완료됐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것이 완료된다고 유럽 재정위기가 안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확충되는 4400억유로의 EFSF규모로는 그리스는 물론이고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나아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인수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란 얘기.
윌버 로스 WL로스앤코 회장은 "이같은 지원 계획이 유로존 위기를 진정시킬지 확신할 수 없다"며 "수십억 유로가 아니라 수조 유로를 갖고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EFSF,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감당하려면 '2조유로' 필요하다
IMF가 작성한 그리스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총 1820억유로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와 국제통화기금(IMF)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있다.지난해 지원액을 제외할 경우 785억유로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1차 구제금융을 계속 받는다고 하면 총 1035억 유로의 자금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은 이번 EFSF 증액이 완료되면 그리스에 대한 총 1090억유로에 해당되는 2차 구제금융을 실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 증액이 승인되면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2차 구제금융이 승인된다고 가정하면, 그리스 국채만기도래 규모에 맞춰 1090억 유로를 배분해 지원한다면 매 분기마다 만기도래분은 충분히 커버가능하다.
- EFSF 증액과 구제 금융 국가 채무 비교 -
<자료 = 하이투자증권>
그러나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IMF는 그리스 국채 신규 발행과 차환이 올해부터 2013년까지 100% 성공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계산했지만, 차환이 95%만 하회해도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
또, 그리스 정부가 자산 민영화에 의해 500억유로를 조달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
낙관적으로 봤을떄, EFSF가 그리스에 800억유로를 지원해 디폴트를 막고, 나머지 3163억유로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국채를 보증하기에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 그리스 2차 구제금융시 지원액 배분사례 -
<자료 = 하이투자증권>
그러나 여전히 하락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가격을 방어할 수 있을만큼 EFSF의 규모가 시장을 안심시키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EFSF 자금으로 2조 유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규모는 현재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국가들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인 2조유로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EFSF 레버리징을 통한 규모 확대가 시장의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 EFSF 레버리징, 어떤 방안 논의될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ECB와 공동으로 레버리징을 하는 방법과 EFSF 단독으로 하는 두가지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FSF 레버리징이란, EFSF가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해 ECB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보증기능을 부여해 지원규모와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법이다.
논의되는 첫번째 방안은 EFSF가 AAA 등급의 채권을 발행해 ECB로부터 담보를 얻어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게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 주는 것이다.
나머지는 EFSF 기금을 특정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할 때 국채 보유자의 첫 손실을 일부 보증하는 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스페인이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국채 보유자 손해액의 20%를 EFSF가 보상하기로 보증하면, EFSF가 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자본 능력은 현재처럼 단순히 국채를 매입해 지원하는 방식의 5배가 된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티앙 노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은 "EFSF의 추가 증액이 비현실적"이라며 "EFSF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지 소로스는 "EFSF 레버리지를 통한 지원확대는 일시적인 효과만 줄뿐이고 기대감이 무너지면 금융시장을 벼랑끝으로 몰고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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