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구몬이 실적이 부족한 학습지 교사들만 따로 모아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신규 회원 유치를 압박하고, 이를 거부한 교사에겐 '교실 회수·분리' 등 업무 배제에 준하는 불이익을 언급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일반 근로자처럼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보호를 받기 어려운데, 구몬 측이 이런 상황을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구몬 측이 영업훈련 참여와 태블릿 PC 구매를 거부한 학습지 교사에게 교실 분리를 언급하며 불이익을 예고하는 카카오톡 대화. (사진=독자 제공)
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구몬의 수도권 일부 사업부에선 실적이 부족한 교사들만 따로 골라 별도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시키고 신규 상품 '마스타' 입회 실적을 3건 이상 채워야만 단체방을 나갈 수 있도록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를 위해 단체방에 참여한 교사들은 마스타 입회 절차와 상담 방식을 익히는 영업 롤플레잉을 하루 최대 7차례 반복해야 했습니다. 일부 지국에선 관리자와 다른 교사들 앞에서 영업 시연을 하도록 시켰고, 마스타 수업에 사용하는 태블릿 PC 구매까지 권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런 영업 훈련 참여와 태블릿 PC 구매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교사들에 대해선 교실을 회수하거나 분리하겠다면서 불이익을 예고해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교실 회수란 해당 교사가 맡아온 회원과 수업을 다른 교사에게 모두 넘기는 걸 말합니다. 교실 분리는 담당 수업 일부를 떼어내 다른 교사에게 배정하는 걸 의미합니다. 사실상 업무 배제인 셈입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실을 회수하면 담당 수업을 모두 잃고, 교실을 분리하면 일부 회원을 다른 교사에게 넘기게 돼 결국 교사의 소득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런 실적 관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도 이를 괴롭힘이나 법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구몬 측이 실적이 저조한 학습지 교사들에게 공유한 '마스타 수업 FLOW' 영업 훈련 자료. (사진=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진 학습지노조 노무사는 "일반적 근로자라면 이런 상황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걸로 보인다"면서도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노동자인 만큼 법적 대응이나 구제 방안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학습지 교사와 회사 간 위탁계약에서 '교사의 의무'는 자세히 적혔지만, 회사가 지켜야 할 의무는 거의 담고 있지 않다"며 "계약 구조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학습지노조는 이번 사안이 구몬의 일부 사업부 문제가 아니라 학습지 업계 전반의 실적 관리 관행과 맞닿아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노조는 이번 사례와 함께 가짜 회원 등록, 회비 대납, 행사비와 태블릿 비용 전가 등 업계 전반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구몬 측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습지 교사에게 부당한 실적 압박을 가하는 건 회사의 운영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카카오톡 대화방은 회사 전체의 운영 방향이나 정책과 무관하게 일부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된 사안으로, 본사에선 관련 사실을 인지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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