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은행들이 통신과 배달 등 생활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습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KB리브모바일(리브엠)'은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모델로 시장에 자리 잡으며 고객 접점을 넓혔지만, 누적 적자가 이어지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땡겨요' 공공배달앱의 경우 소상공인 상생과 포용금융을 앞세우고 있지만 당초 기대했던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B리브엠 알뜰폰. (사진=KB국민은행)
플랫폼서 성장동력 탐색 난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비금융 사업에 뛰어든 배경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융서비스 이용 시간이 줄어들고 플랫폼 중심의 소비 환경이 커지면서 은행들도 고객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활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다만 생활 플랫폼 사업은 결국 이용자 규모와 반복 사용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금융사가 가진 브랜드와 고객 기반만으로 기존 플랫폼 강자를 넘어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KB리브엠은 금융권이 통신시장에 진출한 대표 사례입니다. 알뜰폰 서비스와 KB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을 묶어두는 구조를 만들었고 약 4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리브엠은 KB국민은행 계좌 자동이체, 급여 이체, KB국민카드 통신비 결제 등과 연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통신비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자연스럽게 KB금융 계열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게 되고 이는 주거래 은행과 카드 사용을 유지하게 하는 락인(lock-in) 효과로 이어집니다. 은행 입장에서 리브엠의 가장 큰 의미는 통신 사업 자체보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신비 납부 이력과 이용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는 향후 금융상품 개발이나 고객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리브엠을 수익성 측면에서 성공한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리브엠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6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연도별 손실 규모는 2019년 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84억원, 2022년 160억원, 2023년 113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현재까지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2019년 4000만원 수준에서 2023년 1251억원까지 성장했지만 시스템 구축과 고객센터 운영,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 운영을 위해 통신 시스템 구축비 189억원, 고객센터 인건비 202억원, 내부 인건비 186억원 등 총 577억원을 투입했는데요. 시장 점유율 역시 큰 폭의 확대보다는 5% 안팎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리브엠 점유율은 2020년 1.5%, 2021년 3.7%, 2022년 5.3%, 2023년 4.8%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이용자 만족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지난해 하반기 알뜰폰 체감 만족도 조사에서 리브엠은 701점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리브엠은 2021년 하반기부터 4년간 8개 분기 연속 1위를 유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프리티와 티플러스에 밀렸습니다. 특히 요금 만족도 하락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리브엠은 금융 결합 혜택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알뜰폰 시장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중소 사업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은행권 배달 플랫폼 전략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출시하며 생활 플랫폼 확장을 추진했으며 하나은행도 공공배달앱 '먹깨비'와 손잡고 소상공인 지원 플랫폼 구축에 나섰습니다.
은행들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든 이유 역시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기 위해서인데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연결하고 이를 금융상품과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습니다. 공공배달앱은 낮은 수수료를 차별점으로 내세웁니다. 땡겨요는 약 2%, 먹깨비는 1.5%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적용하며 기존 민간 배달앱 대비 소상공인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낮은 수수료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배달 플랫폼은 이용자가 많아야 가맹점이 늘고 가맹점이 많아야 다시 이용자가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시장인데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배달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배달의민족 2341만명, 쿠팡이츠 1315만명, 요기요 421만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땡겨요 MAU는 228만명 수준으로 기존 대형 플랫폼과 격차가 컸습니다.
소비자들은 공공배달앱의 가장 큰 한계로 음식점 선택지를 꼽습니다. 이용자 A씨는 "수수료가 낮고 할인 혜택이 있어도 원하는 음식점이 부족하면 결국 기존 배달앱을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가맹점 역시 낮은 수수료보다 실제 주문량 확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자영업자 B 씨는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만 결국 매출로 연결돼야 한다"며 "이용자가 늘어나야 가게도 입점할 이유가 생긴다"고 밝혔습니다.
땡겨요는 지난해 공공배달앱 활성화 정책과 소비쿠폰 효과로 한때 이용자가 증가했지만, 정책 효과가 줄면서 다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1월 327만명이었던 이용자는 2월 270만명, 3월 255만명으로 감소했고 4월에는 228만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신한은행 땡겨요. (사진=신한은행)
수익성 한계 속 '포용금융' 강조
은행들이 배달앱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생활 플랫폼 확보와 새로운 고객 접점 마련, 향후 금융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 등이 있었습니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하지만 대형 배달 플랫폼 중심의 시장 구조 속에서 이용자 확보가 예상보다 쉽지 않고 수익성 확보에도 한계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사업 목적을 수익 창출보다 상생과 포용금융 측면에서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초 플랫폼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던 시도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낮은 수수료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사회적 가치 측면을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결국 은행권 생활 플랫폼 전략의 성패는 고객이 금융 혜택을 넘어 지속적으로 이용할 이유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요. 리브엠은 금융과 통신 결합을 통해 고객 접점 확보라는 목표에는 접근했지만 수익성이라는 숙제를 남겼고 땡겨요는 플랫폼 경쟁에서 이용자 확보라는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금융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은 결국 이용자 규모와 서비스 경쟁력이 좌우한다"며 "금융과 결합한 차별화 전략이 실제 이용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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