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노린 김민석의 '보완수사권 폐지'"…정치논리에 사장된 8개월
김민석 "정부 입장은 보완수사권 폐지, 정부안 제출 안 해"
추진단은 당혹…"당권주자 정치인 김민석씨의 결정" 비판
"정부 개혁의지 의문"…보완수사권 폐지 옹호 측도 쓴소리
2026-06-26 16:58:59 2026-06-26 16:58:59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개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보완수사권 폐지'라고 못 박으면서도, 정작 '별도의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총리는 국회의 자유로운 입법 논의를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앞둔 김 총리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보완수사권 폐지와 존치 주장을 균형 있게 담은 정부안이 발표될 경우, '당심'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정치 논리에 새 형사사법시스템을 설계하는 검찰개혁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분석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총리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며 "정부의 뜻을 당에 전달한 만큼, 이후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 국회의 자율적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지난해 10월1일 출범한 이래 8개월간 논의해 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면 비공개로 하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6개 부처 51명 투입됐는데…8개월 허비한 '혈세와 시간'
 
무엇보다 김 총리의 결정은 혈세·시간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추진단은 중대범죄수사청법·공소청법 제정안 작성, 형소법 개정안 마련 등 사법체계 개편의 후속 조치를 위해 8개월째 가동 중입니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6개 부처에서 차출된 엘리트 공무원 51명이 투입됐습니다.
 
특히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결정은 검찰청 해체 후 만들어질 공소청·중수청의 밑그림을 결정할 핵심 의제이자, 추진단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입장도 첨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추진단은 '검찰청 그 이후' 조직의 외형을 만드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우선 다듬고, 구체적 수사 권한을 다룰 보완수사권과 형소법 개정안 논의를 가장 마지막 단계로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정 지연은 거듭됐습니다. 추진단은 지난 1월 중수청법·공소청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정치권으로부터 '이름만 바뀐 제2의 검찰청을 만드는 안'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두 법안은 두 차례 수정 끝에 지난 3월 말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추진단은 전략을 수정, 형소법 개정안을 복수안으로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여당과 협의해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단일 정부안을 제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피하고, 선택지를 제공해 당이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설명자료도 만들었는데"…당권주자 셈법에 멈춘 시계
 
실제로 김 총리의 발표가 있기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추진단은 국회가 원 구성을 마치는 대로 형소법 개정안을 2개안으로 추려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 관한 법률 조문을 설명할 자료까지 준비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김 총리의 발표로 이 모든 과정이 수포로 돌아간 겁니다. 
 
추진단 내부에선 허탈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추진단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추진단이 1차 입법예고 이후 논란이 있어 가급적 균형을 맞추려고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형소법 개정안을 만든 것으로 안다"며 "그렇게 하더라도 혹시나 반개혁적인 법안이라고 공격을 받지 않을까 싶어 추진단 내부 걱정이 있긴 했는데,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추진단을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추진단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형법 전공 교수는 "25일 발표는 김민석 총리의 발언 아니고, 당대표 선거에 나가는 정치인 김민석씨의 발언"이라고 꼬집은 뒤 "정부안이 제출되는 순간 특정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김 총리가 이를 원천 차단한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 측 "폐지 다행…정부 개혁의지 의문"
 
보완수사권 폐지를 옹호하는 측은 '정부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지적했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로 입장을 명확히 정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그동안 논의가 지연된 건 정부가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정말로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의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돌아보고 평가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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