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그룹의 독자 사수 진영과 KG모빌리티(KGM)·르노코리아 등 중견차의 중국 연합 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안방 사수를 위해 중국계 자본과 기술을 견제하는 현대차·기아와 달리, 중견 완성차 업체인 KGM과 르노코리아는 중국차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내수 시장 탈환에 나섰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노사는 조만간 중국차 시승 및 품평 행사를 열기로 하고 일정 조율에 들어갔습니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 깊이 파고든 중국 전기차의 실체를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직접 보고 배우라는 취지입니다. 현대차는 이미 지커 믹스에 이어 지커 009 등을 연구 목적으로 확보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위기의식은 내부 보고서에서도 드러납니다. HMG경영연구원은 최근 사내에 공유한 ‘중국 업체 해외 진출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차 업체의 해외 진출 지역을 현대차그룹 위협도에 따라 신호등 체계로 분류하고, 국내 시장을 저위협군에서 중위협군으로 조정했습니다. 중국차의 한국 내 점유율이 종전 0.4%에서 3%까지 높아진 상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HMG경영연구원은 중국차 업체의 해외 진출이 완성차 판매뿐 아니라 ‘기술·플랫폼 수출’ 형태로 다각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를 점유율 산정에 반영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베이징 모터쇼를 다녀오고 많이 보고 배웠다”며 “중국 정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하고 있고 저희보다 훨씬 더 빠르게 모든 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비야디(BYD) 신차 출시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현대차와 기아 모두 신차 계획이 다 돼 있다”며 “저희가 개발한 기술에 좀 더 확신을 갖고 완성도를 높여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내수 시장에서 돌파구가 시급한 KGM과 르노코리아는 중국 완성차 기업의 손을 잡는 합종연횡으로 현대차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KGM은 지난 4월 체리자동차와 중·대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동 개발 협약식을 맺었습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0월 체리자동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따른 실질적 협력 방안으로, 국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중·대형급 SUV 공동 개발과 함께 자율주행 및 최첨단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반 전기·전자 시스템 분야 협력 강화도 포함됩니다. 프로젝트명은 ‘SE-10’으로, 2026년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렉스턴의 후속 중·대형 SUV로, 가솔린 내연기관부터 친환경 라인업까지 아우를 예정입니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보유하는 2대 주주로서, 이미 내수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리자동차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가 흥행을 주도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르노코리아는 2025년 한 해 동안 내수 5만2271대를 판매해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31.3% 증가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그랑 콜레오스로, 연간 4만877대가 판매됐으며 하이브리드 E-Tech 모델이 전체의 86.5%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 침투는 직접 판매를 넘어 기술·자본 협력이라는 우회로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HMG경영연구원은 중국차 업체의 해외 진출이 완성차 판매뿐 아니라 ‘기술·플랫폼 수출’ 형태로 다각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를 국내 시장 점유율 산정에 반영했습니다. 정구민 한국모빌리티학회장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부품사 및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브랜드만 남고 핵심 부품과 플랫폼은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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