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암호화폐 투자 사기 고소 대리를 맡겼다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한 의뢰인에게 법무법인이 수임료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수임계약서에는 '사건 검토나 서면 작성에 착수한 뒤에는 착수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무효라고 봤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지난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11부(재판장 박봄빛누리)는 지난달 8일 A씨가 법무법인 B를 상대로 낸 수임료 반환 소송에서 "B법무법인은 A씨에게 6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는 2025년 3월, 암호화폐 투자사기 고소 대리를 맡기기 위해 B법무법인과 위임계약을 맺고 수임료 11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법무법인의 업무 수행을 신뢰할 수 없다며 같은 해 5월8일 위임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후 A씨는 "B법무법인이 수행한 업무는 초기 상담과 본인이 수집한 자료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 의견서 1건을 작성한 것뿐"이라며 수임료 중 8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계약서에는 B법무법인이 사건 검토나 자료 조사, 서면 작성에 착수한 뒤에는 위임 해제 등 어떤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착수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조항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위 규정은 위임계약 해지 시 고객의 원상회복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B법무법인이 이미 수행한 업무도 일부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B법무법인이 2025년 3월자로 담당 수사관에게 의견서를 제출했고, 블록체인 분석 도구를 활용해 피해 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자료를 생성해 이를 의견서에 첨부해 함께 제출한 점"은 고려했습니다.
또 "초기 상담 및 20차례가량 원고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담당 수사관과도 사건 진행 방향에 관해 원고를 대신해 소통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위임업무의 범위, 사건의 난이도, 전체적인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B법무법인이 이미 수행한 업무를 전체 수임료의 40%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B법무법인이 A씨에게 지급받은 수임료 1100만원 중 "기수행한 위임업무에 상당하는 40%를 제외한 나머지 66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도 앞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2008년 판결에서 소송 위임계약이 중도에 끝난 경우 "피고가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을 따져, 이미 수행한 업무에 해당하는 보수와 비용은 착수금에서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2012년 변호사 약정서상 '어떠한 경우에도 착수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을 불공정약관으로 보고 시정 조치한 바 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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