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어건 학대' 수사의 불편한 진실…증인들, '추방 걱정'에 잠적
사업주 범행 장면 목격 경찰 진술했으나 결국 잠적
추후 재판서 사업주 혐의 입증 위한 증인 출석 필요
"증인으로써 체류할 수 있도록 비자 등 조치 해야"
2026-05-07 15:40:53 2026-05-07 15:40:53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경기 화성시의 한 도금업체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에어건 학대' 사건의 핵심 목격자들이 경찰 조사 후 돌연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들은 수사기관 등에 신분이 노출될 경우 강제 추방당할 것을 우려해 몸을 숨긴 걸로 추정됩니다. 이들이 재판에 불출석할 경우 가해자인 사업주의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2월20일 태국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에어건 학대'를 당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도금업체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참고인 진술까지 했지만 강제추방 우려…결국 '잠적'
 
7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이 업체 소속 불법체류자 신분 외국인 노동자 A씨 등 2명은 지난 4월 초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2월20일 업체에서 벌어진 에어건 학대 사건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들입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 때 가해자인 사업주 B씨의 범행 고의성,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일을 그만 두고 기존에 머물던 업체 숙소를 떠나 현재 경기도 소재의 한 불법체류자 보호 쉼터로 몸을 숨긴 걸로 파악됐습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임에도 B씨의 범행을 밝히기 위해 경찰 조사에 협조했지만, 결국 강제추방 가능성 탓에 피신한 겁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범죄를 목격한 참고인이더라도 불법체류자는 강제추방 대상입니다. 

CCTV 없는 현장, 증언 없으면 '증거 능력' 상실 위험
 
문제는 이들이 향후 이 사건의 성패를 가를 주요 증인이라는 점입니다. B씨는 특수상해 및 폭력 혐의로 구속된 만큼 조만간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B씨가 경찰 조사 단계부터 범행의 고의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재판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특히 사건 현장에 폐쇄회로TV(CCTV)가 없어 A씨 등 목격자들의 법정 증언은 혐의를 입증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현행법상 피고인이 참고인의 진술 조서를 법정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참고인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해야만 증거 능력이 인정됩니다. 만약 A씨 등이 재판에 나오지 못하면 이들이 경찰에서 한 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진채 법률사무소 가호 대표변호사는 "B씨가 'A씨 등이 경찰에서 악의적으로 진술했다'고 주장하며 증거 능력을 거부하고, A씨 등이 본국으로 추방되거나 잠적하는 등의 이유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못한다면 B의 범행에 대한 고의성 입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형사소송 재판에선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피고인이 무죄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9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특수상해 혐의 피고인이 피해자의 증인 불출석으로 인해 무죄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경찰과 검찰 각 진술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신문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2월20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도금업체에서 발생한 '에어건 학대' 사건에서 사용된 에어건. (사진=연합뉴스)
 
"불법체류자라도 증언할 수 있어야…조치 건의할 예정"
 
현재 에어건 학대 사건의 피해자는 인도적 사유로 발급되는 임시 체류 비자인 'G-1'을 받아 국내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서야 할 A씨 등은 G-1을 받을 수 없습니다. G-1은 피해자 혹은 피고인 등 재판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발급돼서입니다. 
 
이러다 보니 불법체류자 신분이라고 할지라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엔 임시 체류 자격이 부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수도권의 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뿐만 아니라 취업 비자가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인권 사각지대에서 내국인과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적 허술함 때문"이라며 "아무리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증인으로 문제없이 출석해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에어건 학대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장차 불법체류자라도 자유롭게 수사기관에 출석하고 법정에 나가 증언할 수 있도록 법무부 등에 제도 마련을 건의할 방침입니다.
 
최정규 민변 노동위원회 이주노동팀장은 "A씨 등은 불법체류자이지만 사건의 목격자이자 증인이다. 이들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관련 비자를 신설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익 신고자로 인정된 불법체류자는 체류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 등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조사 당시 A씨 등을 검거해 본국으로 강제추방하려 할 계획은 없었다"며 "현재까지도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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