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과 충남 등 주요 격전지에선 현장에서 선거를 이끄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과의 사전 논의 없이 공천이 진행돼 거센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27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종진 국민의힘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이 윤석열씨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최근 인천 연수갑 재보선에 인천시당위원장이자 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인 박종진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을 단수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측에선 박 위원장 공천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초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는 유 후보와 러닝메이트 성격인 만큼 유 후보 측 의사를 적극 반영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유 후보 측은 뜻밖의 공천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유 후보 측 관계자는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는 유 후보 추천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당내) 소수가 개입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이 보수 진영에서 인지도가 높고 유권자들에 대한 스킨십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는 '윤 어게인' 세력으로 비칠 수 있다.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지난달 24일엔 자당 원외 당협위원장 27명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통성 있는 장동혁 당대표를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망치려는 해당 행위"라고도 했습니다. 전날인 4월23일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는 장 대표에게 "(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박 위원장 등은 장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겁니다.
아울러 그는 윤석열씨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해 3월27에는 헌재 앞에서 윤석열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유 후보는 그간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둬왔습니다. 앞서서도 유 후보는 방송 등 공개된 자리에서도 장 대표를 꾸준히 비판해 왔습니다.
당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3번의 총선에서 새누리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소속으로 꾸준히 연수갑에 출마했던 정승연 전 당협위원장은 박 위원장 단수 추천에 이의제기를 신청했습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선 없이 지역 연고도 없는 후보를 공천했다. 명백한 사천"이라며 "무소속 출마 등 모든 중대 결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서울에서 인천 서구을로, 서구을에서 연수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전형적인 철새형 후보"라며 "그를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것은 민주당에게 지역을 내주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2018년 재보선에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가 2020년과 2024년 21대·22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소속으로 인천 서구을에 출마했습니다. 그는 앞서엔 "서구을에 뼈를 묻겠다"고까지 했습니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의 출마를 바라던 당원들도 박 위원장 공천을 비판하는 데 가세했습니다. 지역 당원들로 구성된 '6.3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황우여 출마 촉구위원회'는 최근 선언문을 내 당 공관위에 황 전 총리의 공천을 촉구했습니다. 촉구위 관계자는 "황 전 부총리는 연수구에서 4선을 지냈고, 지금도 연수구에서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등 지역 곳곳을 알고 있다"며 "황 전 부총리를 공천해야 재보선은 물론 지방선거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월20일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미임명'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관련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흠 충남도지사 역시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충남 부여·공주·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자 탈당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 전 비서실장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감출 길 없다"며 "지난 12.3 계엄 이후 1년6개월의 비참하고 암울했던 우리의 현주소를 잊었단 말인가. 이제는 우리가 짊어졌던 멍에와 사슬을 벗어 던지고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도부는 보편성과 상식선에서 판단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자숙과 반성 없이 국민적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한다면 떠날 수밖에 없다. 부디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을 받은 김 지사는 정 전 비서실장의 보궐선거 출마가 충남은 물론 야당의 지방선거 판세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앞서 정 전 비서실장은 박수현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확정된 충남 부여·공주·청양에 공천과 함께 복당을 신청했습니다. 그는 이 지역에서 5선을 지낸 중진입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4월 윤석열씨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인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혐의로 내란특검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정 전 실장의 공천을 보류하고 당 윤리위원회를 통해 그의 복당과 공천 신청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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