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K-뷰티의 글로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및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1억달러(약 4조5597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월별로 보면 1월과 2월에는 전년 대비 증가폭이 크지 않았으나, 3월 수출액이 11억9000만달러(약 1조750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3%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1분기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전체 수출의 15.0%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 9.6% 감소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했습니다. K-뷰티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럽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으며, 국가별로는 영국 129%, 네덜란드 108%, 폴란드 51% 각각 늘었습니다.
다만 업계는 글로벌 성장세에도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튜브 및 용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은 나프타 기반 원재료로, 국제 유가와 물류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들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 가격은 각각 약 24%, 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재료 가격 급등은 용기·부자재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제조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ODM 업체들은 원부자재 납품 소요 시간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린아 LS증권 수석연구원은 "업체별 재고 수준과 조달 전략에 따라 단기 영향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마진 압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향후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수 있을지가 실적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라는 외부 변수 대응 역량이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나프타를 비롯한 기타 원재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사전재고 비축과 업체 다원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물류 차질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원자재 수급, 국제 물류망, 환율 변동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영향을 점검하는 동시에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물류 경로 확보, 공급망 안정성 강화, 리스크 완화를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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