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융당국이 고금리와 중동 전쟁 여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소액공모’ 한도를 대폭 확대합니다. 복잡한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넓혀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금융위원회는 6일 소액공모 한도를 기존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소액공모 기준이 바뀐 것은 지난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17년 만입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유상증자 문턱을 대폭 낮춘 점입니다. 소액공모는 일반 공모와 달리 금융당국의 정정 요청이나 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소화된 서류만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간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과 기업 규모 확대를 고려할 때 ‘10억원 한도’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최근 미·이란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시중 금리가 급등하고 채권 발행이 막히면서, 비상장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한도를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번 조치로 기업들은 최대 30억원까지 증권신고서 작성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며 적기에 자금을 수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일 회의 중인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벤처캐피털(VC) 펀드에 대한 규제도 합리화됩니다. 그간 VC펀드는 전문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투자자 수(50인 이상)’ 산정 시 일반투자자로 분류돼 왔습니다. 특히 조합 형태의 경우 조합원 각각을 투자자로 계산하는 탓에, 중소기업이 VC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공모 규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금융위는 앞으로 VC펀드를 전문투자자 범위에 포함해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들이 규제 위반 걱정 없이 기관 투자 자금을 원활히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도 있습니다. 소액공모는 당국의 사전 심사가 생략되는 만큼, 재무 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이 연명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허위 공시를 통해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투자 위험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소액공모 서류의 공시 서식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다만 조각투자증권처럼 기초자산 평가가 중요한 상품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액과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다음 달 18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개정안 시행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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