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공소시효 폐지 놓고 ‘현실성’ 논란
이재명 “국가폭력 민형사 시효 폐지”
형벌불소급 원칙에 ‘소급 적용’ 논란
민사에서는 이미 소멸시효 제한 흐름
2026-03-30 18:05:54 2026-03-30 18:29:15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와 민사상 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제주도를 찾아 4·3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 민사상 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폐지)해 살아있는 한 형사책임을 끝까지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그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소멸시효 폐지 법률은 이미 윤석열정권 당시에 우리가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며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재입법을 통해서 영구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국가폭력으로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법안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2024년 발의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입니다. 이 법안은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사람을 중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건의 실체를 조작·은폐한 경우 등에 한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소급 적용 놓고 법조계 논쟁
 
공소시효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헌법 제13조에 있는 ‘형벌불소급’ 원칙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에 발생해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행위에 대해서는, 나중에 만든 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입니다.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국가폭력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은 가능하지만, 과거 공소시효가 완성한 사건에 대해 이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나치 전범 처벌 역시 공소시효가 완전히 만료되기 전에 입법을 통해 시효를 연장하거나 폐지한 경우입니다. 독일은 전후 수십 년에 걸쳐 집단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의 공소시효를 단계적으로 연장한 뒤, 1979년 형법 개정을 통해 나치 전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국가폭력은 예외”…소급 적용 가능하다는 반론도
 
반면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시효는 시민인 개인의 범죄에 대한 국가 형벌권 행사에 시간적 한계를 두는 것”이라며 “국가폭력은 국가가 개인에 대해 가한 범죄이므로 형벌권 행사에 시간적 한계를 둘 수없다”고 한국형사법연구의 '국가폭력과 공소시효'에서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가는 신뢰 보호의 주체이지 신뢰 보호를 요구할수 없다. 국가 기능 수행자인 공무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1996년 2월, 헌정 질서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를 정지해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박용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부소장도 “법리적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국가에 의한 범죄는 그 진실을 밝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공소시효를 배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제주 4·3 사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의 경우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선고가 나온 2022년 9월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원고인들, 변호인, 시민단체가 대법원 선고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사 ‘소멸시효’는 이미 사실상 사라져
 
형사와 달리 민사 영역에서는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소멸시효가 이미 상당 부분 배제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 이후 법원은 이미 국가폭력 사건에서 소멸시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민법은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 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불법행위 시점’이 아니라 ‘피해자가 진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례 이후 과거사 국가폭력 사건에서는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국가 측 주장이 잇따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대법원은 미군 기지촌 여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부산 덕성원 사건에서도 1심 재판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사건 항소심에서도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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