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경기 양평군 공무원 정희철 전 면장의 죽음이 김건희특검의 고강도 수사에서 비롯된 정신적 압박 때문이라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앞서 정씨는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돼 특검 수사를 받다 지난해 10월10일 '특검의 강압 수사'를 주장하는 21장짜리 유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이 공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업무상 질병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조는 19일 오전 양평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사망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노조는 "고 정희철 면장 사망의 원인이 된 공흥지구 개발부담금 사건은 이미 10여 년이 경과됐다"며 "2021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진술 확보'에만 의존한 무리한 수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9일 오전 경기 양평군청에서 지난해 10월 숨진 정희철 면장의 업무상재해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평 공흥지구 의혹은 김건희씨의 모친 최은순씨가 부동산 시행사 이에스아이엔디(ESI&D)를 통해 공흥지구 개발사업 참여 과정에서 양평군청으로부터 개발부담금 축소 등 특혜를 받았다는 겁니다. 특검은 당시 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 윗선의 지시로 양평군이 김건희 일가에게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왔습니다. 고인은 당시 개발부담금 산정 업무를 맡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노조는 "고인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원인은 인권을 무시한 고강도 수사 환경에서 발생한 정신적 압박(가혹행위) 때문"이라며 공무상 재해 인정을 주장했습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정신적 부담'이나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합니다.
노조의 이런 판단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 고인의 유서, 주변인의 증언 등을 종합해 나왔습니다. 고인의 유서에는 "전날 잠도 못 자고, 조사가 3번이나 연기되면서 근 1달 동안 몸이 피폐해지고…",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던 거 같다"라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특검의 수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겁니다. 또 고인은 사망 전 '자살, 안락사, 손목 자해'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상조사위는 "주변인들의 의견서(동료들의 관찰)에 따르면 특검조사 일정이 연기될 때마다 고인은 불안을 호소했다"며 "조사 직후 떨리는 목소리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였으며 연휴 기간에는 '주변 정리' 행동을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개발부담금 관련 감사와 경찰수사가 종결된 사안을 정치적으로 다시 가져와 무리한 소환과 강압적 조사로 한사람을 목숨을 앗아갔다"며 "공무상 순직인정 돼 고인과 유가족 명예가 회복 될 때까지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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